[단독] 與 ‘부동산 백지신탁제’ 추진…도입 논의 불붙나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정훈 의원실 제공]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더불어민주당에서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다주택자 고위공직자·의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부동산 백지신탁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민주당에 따르면 신정훈 의원은 이날 오전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백지신탁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긴 ‘공직자윤리법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앞서 정치권에서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이 주장된 바 있으나 민주당 의원이 이를 법안으로 발의한 것은 처음이다.

부동산매각대상자 선정…180일 이내 강제처분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공직자윤리법 제1조에 나와있는 ‘주식 백지신탁제’를 ‘주식·부동산의 매각 또는 백지신탁제’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대통령·국회의원·지자체장 등 재산 공개 대상자와 더불어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 등을 ‘부동산매각대상자’로 정한 뒤 이들의 실거주 부동산을 제외한 부동산을 신탁기관에 맡겨 180일 이내에 강제 처분하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현재 재산 공개 대상자인 고위공직자가 주식 백지신탁제도로 업무와 관련된 주식을 3000만원 이상 보유할 수 없듯이 부동산매각대상자로 지정된 사람들이 부동산 백지신탁제도로 실거주 외에 집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부동산매각대상자와 이해관계자는 누구도 새로 부동산을 취득해선 안 된다는 조항도 있다. 다만 상속의 경우 60일 이내에 매각 또는 백지신탁 후 신고하도록 돼 있다.

꼼수차단…부동산 ‘실거주 여부’ 심사하는 위원회 도입도

또 개정안은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처분시한 연장을 1회에 한해 90일 이내로 하여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고위공직자라면 ‘부동산을 무조건 팔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이는 고위공직자의 ‘은퇴 후 재산 회수’라는 꼼수를 차단하는 방안이다. 현행 주식 백지신탁제에는 공직자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30일 이내로 주식처분시한을 1회 연장 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공직자들이 이 조항을 악용해 반복적으로 주식처분시한을 연장, 공직 은퇴 시기에 주식을 돌려받아 비판받았다. 신설된 부동산 백지신탁제가 도입된다면 고위 공직자는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처벌 수위도 주식 백지신탁보다 높였다. 주식 백지신탁을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반면 부동산 백지신탁을 거부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아울러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실소유 여부’를 심사·결정하기 위해 현행 주식 백지신탁 관리위원회와 유사한 형태의 부동산 백지신탁 관리위원회를 도입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오르는 집값과 정작 규제로 인해 서민 실수요자도 내 집 마련이 어렵게 됐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앞으로 추가적인 종합 부동산 대책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 모습. [연합]
신정훈 “법적 제한으로 부동산 정책 신뢰도 높이자”

신 의원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근본적으로 투기꾼뿐만 아니라 사회지도층과 부동산 간의 보이지 않는 관계가 부동산정책을 무력화하는 요인”이라며 “고위공직자 부동산 소유 문제에 법적인 제한을 둬 부동산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자는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파트가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돼오다 보니 공무원들이 죄책감 없이 부동산 거래에 참여해 왔다”라며 “최소한 사회 지도층만이라도 부동산 보유에 제한을 만들어 두면 부동산과 관련한 인식·문화·관행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에는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매각을 강조해온 대권 잠룡 김두관 의원을 비롯해 중진 안민석·김민석 의원, 초선 김남국·김원이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

다주택자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이번 법안 발의가 정치권의 부동산 백지신탁제 논의에 불붙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어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부동산 백지신탁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고위 공직자가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으면 어떤 정책을 내놔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사실상의 집 매매를 지시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의원 총선 후보자 공천 당시 ‘실거주 1주택 서약’을 받은 상황이라 앞으로 내부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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