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유산’ 유족들, 한정승인 승소땐 7억 빚 해결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족들이 한정승인을 통해 재판을 상속해 승소할 경우 7억원에 육박하는 빚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한정승인을 할 경우 피상속인으로부터 취득하게 될 한도내에서 빚을 승계받지만, 재판 당사자 지위도 상속받아 계류 중인 민사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지난 3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박 시장은 -6억9091만원을 신고했다. 본인 이름으로 된 재산은 고향 창녕의 토지(7500만원)와 3700만원의 예금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채무는 배우자 몫까지 8억4000만원에 달했다.

다만 박 시장의 퇴직금은 ‘0원’으로, 유산 산정에 있어 고려대상이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장은 선출직 공무원으로 공무원연금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기타 법이나 규정으로 퇴직금을 지급할 근거도 없다”며 “시장 월급을 1000만원으로 가정해(연봉 1억2800만원·8년 8개월 재직) 퇴직금을 9000만원가량으로 추정한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유족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으로 나뉜다. 상속포기는 상속시 받을 재산과 채무는 물론 법적 상속인 지위를 모두 포기하는 것으로, 상속포기 시 남은 채무는 피상속인의 부모나 손자·손녀로 넘어간다. 물론 이들도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

한정승인이란 피상속인으로부터 취득하게 될 재산 한도 내에서 빚을 변제하는 조건에서 상속받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박 시장의 경우 채무가 명백하게 규정돼 있고 상속 가능한 규모가 크지 않아 한정승인 가능성은 낮다는 게 그동안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박 시장의 계류 중인 민사재판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 시장은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주임과장인 양승오(63) 박사 등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후인 2016년 3월 이들을 상대로 총 6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에서 심리 중이다. 양 박사를 비롯한 7명은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을 낙선시키기 위해 아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박 시장은 2015년 11월 강용석 변호사를 상대로도 같은 취지로 2억3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 역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가 맡고 있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당사자가 사망하는 경우 소송 절차는 중단되며, 이 경우 상속인이나 상속재산관리인 등이 소송을 수계(受繼·물려받아 이어 감)해 계속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유족들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에는 빚뿐 아니라 재판 당사자 지위는 물론 국가의 각종 예우도 차순위 상속인에게 넘어가는 결과로 이어져, 한정승인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박 시장측이 승소할 경우 -6억9091만원을 갚고도 남는 금액(최대 8억3000만원)을 확보할 수 있다. 본인과 배우자가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채무 8억4000만원과 비슷한 규모다. 일부 승소하더라도 민사소송의 이자율이 소장 송달 후 12%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빚의 상당수를 탕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호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