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첫발부터 ‘삐걱’…대규모 ‘실직 사태’ 이어질 듯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이 제주항공의 계약 해제로 무산되면서 향후 항공업 구조조정도 난항이 예상된다. 저비용항공사(LCC) 고용유지지원금 중단과 맞물릴 경우 도미노 실직 사태가 우려된다.

지리한 책임공방 끝에 이스타항공 M&A는 23일 제주항공의 계약 해제 발표로 인수 합의 7개월 만에 공식 무산됐다. 지난해 12월 18일 인수 합의 당시만 해도 이번 M&A는 국내 항공사 간 첫 기업 결합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스타항공은 2007년 설립 이후 2016년을 제외한 기간 동안 줄곧 적자를 이어가며 완전자본잠식(-1042억원) 상태에 빠진 채 지난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제주항공에 지분 51.17%를 695억원에 매각하는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과정은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업황이 나빠지자 제주항공이 인수 무산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양측은 매각 대금을 150억원 가량 깎는 조건으로 지난 3월 초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이 임금을 체불하고 전 노선을 운항정지하는 등 빈사상태에 빠지자 제주항공이 인수 종결을 차일피일 미뤘다.

제주항공은 처음에는 250억원 규모로 불어난 체불 임금을, 이후에는 1700억원으로 불어난 미지급금을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이스타항공이 요구안을 충족시키지 못하자 지난 16일 “계약해지 권한이 생겼다”고 선언한 데 이어 이날 공식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은 셧다운과 희망퇴직 결정에 대한 책임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항공업계 첫 M&A가 실패로 귀결된 데는 국토교통부 등 정부의 안일한 대처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는 존립 위기에 처한 LCC업계에 총 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하면서도 이스타항공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신 제주항공에 인수금융 17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이스타항공 경영을 정상화할 책임을 지웠다.

LCC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단독지원을 거부하면서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입만 쳐다보게 됐고 셧다운과 희망퇴직 등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발생한 미지급금이 계약 파기의 빌미가 된 만큼 국토부의 판단이 미흡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와 이스타항공의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토부와 고용노동부는 뒤늦게 인수를 전제로 추가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결국 제주항공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방법을 제시하지 않아 동반 부실을 우려하는 제주항공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이스타항공 전직원 1600여명이 실직 위기에 몰린 가운데 내달 말 이후 고용유지지원금 마저 중단될 경우 LCC의 도미노 파산과 대량 해고 가능성도 제기된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이번 인수가 무산되면서 M&A를 통한 시장 재편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LCC 들이 부실에 빠질 경우 매각보다는 곧바로 청산에 들어가고 직원들은 실직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 교수는 “현재는 재난 상황인 만큼 정부가 기존 지원금 3000억원 외에 한시적이지만 까다로운 조건이 붙지 않는 지원책을 내놔 시간을 벌어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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