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고난의 1년’…남은 1년도 가시밭길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역대 어느 총장보다 험난했던 윤 총장의 1년을 두고 검찰 안팎에선 온갖 압박 속에도 특유의 ‘뚝심’을 발휘하며 여권을 향한 수사를 이어간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 등으로 입지가 좁아진 검찰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지 못한 점은 미흡했다는 상반된 지적도 적지 않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적폐 청산’을 내세운 특수수사의 공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여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것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특수수사에서 비롯됐다. 여권은 검찰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과도하게 수사한다는 비판을 시작했고, 화살은 윤 총장을 향했다. 올해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론 장관과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최근 벌어진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역대 두 번째 수사지휘권이 발동되면서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국면까지 치달았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리에서 밀어내려는 노력이 계속 있었는데도 총장 자리를 버티고 있었던 뚝심 하나는 훌륭하다고 본다”며 “이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어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 관련 수사는 물론 현 정권 관련 인사가 대거 의혹에 휩싸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도 윤 총장이 버텼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은 검찰 내부에서도 적지 않게 들린다. 한 현직 차장검사는 “검찰의 수장으로서 정무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검찰 내에선 윤 총장이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는, 이른바 ‘특수통’ 검사들을 주로 중용하면서 조직 내 입지를 스스로 좁게 만들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윤 총장이 임명된 직후 이어진 검찰 인사에서 대검 참모진과 서울중앙지검 요직을 차지한 이들은 모두 윤 총장의 측근이었다. 이들은 올해 초 추 장관이 단행한 인사에서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졌다.

다만 여권과 법무부가 노골적으로 사퇴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윤 총장의 공과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외부에서 흔들기만 하는데 총장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일선의 한 검사는 “여권과 법무부에서 총장의 힘을 빼려고 공격한 적이 그동안 있었느냐”며 “팔다리 다 자르고 사퇴 압박을 하는 상황에서 다른 총장처럼 공과를 논하는 게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남은 임기 동안 수사보다 제도 대응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검경수사권 조정 시행령을 제정하면서 수사 개시 시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게 하는 조항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검찰 독립성과 직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연내 생길 것으로 보이는 공수처에도 대응해야 한다. 공수처가 생기면 개정 형사소송법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범죄 사건, 선거 관련 사건’과 상당 부분 영역이 겹쳐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대폭 축소되면 그동안 검찰이 주도했던 부패범죄 수사 역량을 다른 쪽으로 돌려야 하는 문제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삼성 사건 등 대형 사건의 공소 유지를 하는 것도 중요 과제다. 최근 윤 총장은 측근들에게 “배틀필드(싸움터)는 재판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사안이 중대해 검사가 직접 수사한 것은 검사가 직관해야 한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법정에서 공소 유지를 한 사람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윤 총장과 인연이 깊던 측근들이 이미 대거 좌천된 상황에서 운신의 폭은 넓지 않다. 한동훈 검사장은 검언유착 사건의 수사 대상이 됐다.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에 있어 윤 총장의 핵심 참모 역할을 했던 이원석 검사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 지휘를 했던 박찬호 검사장은 제주지검장으로 밀려나 있다. 조만간 단행될 정기인사에서는 대검에 남아 있는 주요 중간간부들과 서울중앙지검에서 삼성 합병 의혹 수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 등을 맡았던 부장검사들이 인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안대용·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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