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수은은 금융의 외교부”랬는데… 국책은행 이전설에 ‘고심’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제9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초청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수출입은행은 금융의 외교부입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월 본인이 수출입은행장 시절 기자들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은 위원장은 해외 바이어들과 정부 관계자들과의 접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라도 수은이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2020년 7월 현 정부가 서울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수도 과밀화를 해소키 위해 공공기관 특히 금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계획하면서다. 수은 행장 시절의 소신을 금융위원장이 된 이후에도 유지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정치권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수도권 340여개 공공기관 중 국책은행과 공영방송 등의 지방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주도해 초안을 만들면 청와대 회의를 통해 안건이 조정된다. 여기엔 당청 소통 채널도 가동된다. 금융권의 핵심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지방으로 옮겨지느냐 여부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경우 수도권의 인구집중 해소를 위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은 위원장의 과거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은 위원장은 수은 행장이던 시절 ‘수은의 부산 이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지난해 (수은은) 5000억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원천이 60%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것”이라며 “결국 해외 바이어나 정부 관계자와 접촉하려면 서울이 그 분들이 영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이어 “외교부가 부산에 있으면 지방균형발전과 다른 가치를 판단해서 어느 쪽이 더 큰지 판단할텐데, 우리(수은)를 외교부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정부 대부분의 부처가 세종으로 내려가 있지만 외교부의 경우엔 서울에 소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수은 역시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 셈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지방으로 이전하게 될 경우 조달금리가 높아질 개연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기업들에게 이율을 전가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책금융 부문은 서울에 잔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금융노조측의 반발도 거세다. 금융산업노동조합은 산은·기은·수출입은행 노조와 함께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금융노조는 “국책은행 지방이전은 고집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중심지 정책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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