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신뢰 잃은 공모펀드…탈출구는 수수료 ‘제로’(?)

[123rf]

[헤럴드경제=이승환·박준규 기자] 사모펀드 사고가 잇따르면서 공모펀드에 대흔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공모펀드는 전국민의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높은 수수료율과 저조한 수익률로 외면을 당했다.

공모펀드 시장 규모는 지난 10년 간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공모펀드 설정액은 242조3380억원. 10년 전보다 15.2% 늘었다. 반면 사모펀드는 이 기간 사이에 284.9% 성장했다. 국내 사모펀드 규모는 지난 2016년에 공모펀드를 역전했다.

주식형 펀드만 놓고보면 시장은 오히려 축소됐다. 2010년 92조9000억원 규모였던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원본은 2015년 69조, 올해는 58조원(6월 말 기준)으로 줄었다.

▶암흑기에도 나아진게 없어…비효율 여전=10년 간의 암흑기에도 공모펀드는 나아진 게 없다. 따박따박 수수료는 나가는데 수익률은 신통치 않은 상황도 같다. 비용 대비 효율이 상장지수펀드(ETF) 등 경쟁자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010~2019년 사이 국내 주식형펀드는 연간 평균 2.90%의 성과를 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2011년(-12.0%), 2014년(-5.09%), 2018년(-17.30%)은 ‘손실의 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수천개에 달하는 펀드 중에선 물론 두자릿수 수익을 거둔 상품들도 있었다. 하지만 큰 시각에서 공모펀드로 돈 불릴 수 있단 인식은 옅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익률을 벤치마크(비교지수)와 견주면 매력도는 더 낮아진다. 이달 23일 기준 액티브형 주식펀드의 1·3·5년 기간수익률은 각 4.45%, -8.75%, -4.22%다. 모두 벤치마크인 코스피200의 변동률에 못 미치는 성과다. 인덱스 주식펀드의 성과와 대조적이다.

지난 3월 이후 주식시장에서 유동성 랠리가 이어지는 마당에선 공모펀드의 매력은 더 반감된다.

한 시중은행 투자전략부장은 “펀드는 즉각적인 반응 속도도 느리다”며 “투자자들은 시장상황에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직접투자로 몰려 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수료 ‘제로’ 대안될까? =‘낮은 수익률 대비 높은 보수’는 공모펀드의 약점이다. 비용이 높다는 지적에 금융당국은 2015년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판매보수·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다. 이후 수수료가 기존의 절반으로 나아진 온라인 전용펀드 등이 나오기 시작했다.

통계상으로도 해마다 펀드 보수는 낮아지고 있다. 공모펀드 평균 총보수율(운용·판매·수탁보수 포함)은 2008년 말 1.289%에서 지난해 말 0.566%로 줄었다.

하지만 공모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주식형 펀드의 총보수는 여전히 0.9% 수준이다. 판매 보수가 따로 없는 상장지수펀드(ETF)의 평균 투자비용(0.2~0.3%)의 몇 곱절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4월 주식·채권 혼합펀드인 ‘KB장기토탈리턴성과보수증권투자신탁’을 출시했다. 운용·판매보수를 아예 없앤 국내 최초의 펀드다.

이 펀드는 3년 이내에 해지할 경우 높은 환매수수료(1~3%로 차등) 매기고, 3년 뒤 수익률이 8%를 넘기면 이 가운데 20%를 성과보수로 가져가도록 설계했다. 3년 이상 투자를 장려하고, 책임운용을 통해 성과를 약속하는 취지다. 이달 23일 기준 이 펀드는 연초 대비 수익률 -2.17%, 1년 수익률 5.65%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KB자산운용의 제로피 실험은 업계 전반으로 퍼지진 못했다. 운용업계는 공모펀드가 대표적인 ‘저마진’ 상품이 된 마당에 보수를 더 낮추는 게 건설적인 대안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임원은 “운용사 수익구조에서 공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에 그치는 상황”이라며 “장기투자자와 운용사, 판매사에 대한 정책적 인센티브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덱스·인센티브에서 해법 찾아야 = 업계 안팎에서는 주식 직접투자에 매달리는 ‘동학개미’ 바람은 하반기엔 다소 잦아들 것으로 기대한다. 이때 공모펀드가 투자 대안이 되려면 ‘인덱스’ 중심의 패러다임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추종하면서 리스크 관리에도 유리한 인덱스펀드로 라인업을 키울 필요도 있다”며 “ETF를 여럿을 기초자산으로 담은 EMP 펀드 같은 것들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요구된다. 금융당국은 2016~2017년 연달아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약발’이 약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금융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포함시켰다. 부동산에 몰린 시중 유동성을 증시로 돌리는 매개로 공모펀드를 선택한 것이다.

투자자 중심의 펀드 판매·운용 및 수익률 제고를 위해 판매채널을 은행·증권사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판매채널이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게 골자다. 통합자문 플랫폼 등을 통한 자문채널 활성화, 온라인 펀드슈퍼마켓 등 온라인 펀드 판매를 활성화 하는 방안 등도 마련하기로 했다. 판매 관행도 투자기간별 유리한 펀드클래스를 안내하는 등 투자자 입장에서 개선한다. 펀드운용·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한 규제개선 등을 추진된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려면 공모펀드가 다시 제기능을 하고 활성화 돼야 한다”며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중요하겠지만 공모펀드의 신뢰성을 다시 찾는 것 또한 굉장히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간접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늘리거나 양도소득세 적용 기준을 높여서 ‘펀드에 투자하라’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며 “확실한 마중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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