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대기업 벤처캐피탈 보유 방향 발표…’반쪽’ 전략 전망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이번주 지주회사의 기업형벤처캐피탈(CVC) 보유 방안이 발표된다.

정부는 이달 말께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방안'을 발표한다.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가 열리는 오는 30일이 유력하다.

방점은 '제한적 보유'에 찍혀있다. 규제를 제한적으로 풀면서도 금산분리 원칙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는 CVC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하고, 총수일가의 보유는 금지하는 방향이 담길 전망이다. CVC가 총수일가 보유 회사에 투자할 수 없도록 하고 투자 내역,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내역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규정은 공정거래법에 담길 전망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상호 개입을 차단하는 '금산분리 원칙' 규정은 공정거래법에 담겨있다. 법 체계상으로도 사후 감시 측면에서도 공정거래법에 명시되는 게 옳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타트업 업계는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CVC에 외부 자본 참여를 막으면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털은 국민연금이나 국책은행 등 복수의 기관투자 자금을 받아 펀드를 조성해 운영한다. 하지만 CVC에 외부 자금이 들어오지 못하면 전체 투자 규모가 줄 수 밖에 없다. 허울 뿐인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정부는 기존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담겼던 '벤처 지주사 설립 요건' 완화도 병행해 추진한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다만 벤처 지주사는 제도 도입 이후 활용 사례가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주사의 CVC 제한적 보유 방안만 마련된다면 입법까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입장 정리를 마쳤고 여당도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회에도 지주회사의 CVC 보유 허용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7건 발의돼 있다.

정부가 이처럼 벤처투자 활성화에 힘을 쏟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분기 벤처 투자액은 74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줄었다. 벤처 투자액은 2013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해 왔는데 올 들어 7년 만에 처음으로 꺾였다.

시중에 넘치고 있는 자금이 벤처투자로 올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증시나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는 시중자금이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kwater@heraldcorp.com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CVC는 대규모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해 유망 벤처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다. 기업주도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대기업이 창업투자회사격인 벤처캐피탈을 자회사 형태로 설립·운영하는 특징이 있다. 주로 당장의 수익보다는 모기업과의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에 초점을 둔다.

글로벌 기업들은 CVC를 두고 스타트업에 투자를 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 자체의 벤처캐피탈인 구글벤처스다. 우버나 블루 보틀 등 유망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AI, 로보틱스 등 신기술에 적극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

공정거래법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상호 개입을 차단하는 '금산분리 원칙' 규정을 두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문어발식 순환출자 구조를 막기 위해 지주사 제도를 도입하는 대신 금산분리와 같은 통제 장치를 뒀다. 지주사가 금융사의 자산을 활용해 지배력 확장에 쓸 수 있고, 지주사의 위험이 금융사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산업과 금융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낳아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등의 근거를 들어 금산분리 원칙의 폐지·완화를 주장하는 견해도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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