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관계 굉장히 중시”…갈등 속 손 내민 文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종합상황실에서 열린 재외동포와의 화상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일제 강제징용공 배상 문제부터 수출 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논란까지 갈등을 거듭해온 한일 관계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 발전을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며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재외동포와의 화상 간담회에서 남관표 주일대사를 향해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도움받은 점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잘 전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를 굉장히 중시한다. 관계 발전을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며 재차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지난 5월 인도에 있던 한국 백혈병 어린이를 일본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무사히 한국으로 귀국시킨 사례를 언급했고, 세계 각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귀국 항공편을 공유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일본에서 한국을 위한 성금 모금을 진행했던 김운천 사랑의 나눔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과 일본 모두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서로 협력해 왕래가 빨리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문 대통령에게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까지 일본에 강경한 메시지를 내왔다. 지난 3월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를 통해 “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고 말해서는 안된다”며 “전쟁 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범죄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사에서도 “우리 민족이 전쟁의 아픔을 겪는 동안 오히려 전쟁특수를 누린 나라들도 있었다. 우리에게 전후 경제의 재건은 식민지배에서 벗어나는 것만큼이나 험난한 길이었다”며 일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저항을 기념하는 3·1절 기념사에 이어 연관이 크지 않은 한국전쟁 기념사에서도 일본 비판에 나서며 외교가에서는 “문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번 간담회에서 재차 일본과의 협력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한다”고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당장 최악의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특히 경색된 한일 관계 탓에 주요 외교 현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G7 의장국인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4개국을 새로 G7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일본은 기존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한국의 참여를 반대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입후보한 유명희 사무총장 역시 일본은 “유 후보자는 WTO 분쟁이 진행 중인 국가의 후보”라며 상대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기존과 다른 유화적 메시지를 보냈지만, 양국 관계 회복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당장 일제 강제징용공 배상 문제를 두고 우리 사법부가 한국 내 전범기업의 자산에 대한 현금화 절차를 진행 중으로, 일본 측은 “실제 현금화가 이뤄질 경우, 돌이킬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 중이다. 수출 규제 문제 역시 일본 측이 지난해 합의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며 중단됐던 WTO 제소 절차가 재개됐다. 한일 외교당국은 외교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osyoo@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