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자금 2.5兆 연 0.052%로…은행 조달방식에 혁신을 만들다

하정 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전무[이상섭 기자]

국내 시중은행의 사업모델은 대부분 엇비슷하다. 돈을 빌려와 돈을 빌려주는 이자수익이 핵심이다. 경쟁시장인 탓에 은행 간 대출이자 차이는 별로 없다. 조달이 중요하다.

국민은행은 예금과 은행채가 대부분이던 국내 은행의 조달방식에 혁신을 가져온 주인공이다. 국내에 관련법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법)가 만들어지기도 전인 2009년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10억 달러 규모의 외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했고, 2015년, 2016년에는 각각 5억 달러, 2018년에는 1억 달러의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5월에는 원화 커버드본드를 역시 최초로 발행했다. 올해엔 2조원이 넘는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시작했다. 국내 민간금융사 최초다.

하정 자본시장그룹장(전무)은 “시대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통화나 조달 수단들 중에서 최적을 찾아내는 게 우리의 일”이라며 “특히 외화자금 조달은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초저금리로 예금을 통한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일반 채권은 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은행으로서는 보유한 대출자산 등을 활용한 저리의 자금조달 수단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커버드본드 발행 등으로 조달한 자금은 가계대출 보다는 주로 기업이나 투자활동에 쓰인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서 필요한 자금은 주로 현지에서 조달해왔다. 국내 은행들이 외화를 저리에 조달할 수 있다면 우리 기업들의 외화자금도 우리 은행들이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관건은 금리인데, 국민은행은 유로화 커버드본드 시장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 국민은행 자금부분 ‘터줏대감’인 하 전무는 1금융권 최고의 자금통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하 전무도 “대기업들이 유럽에 투자를 많이 하면서 유로화 수요도 높아지고, 커버드본드 발행 준비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근 국민은행이 발행한 5억 유로 규모의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금리는 연 0.052%다.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하는 5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1.049%인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수준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는 모두 ‘AAA’ 등급을 부여받은 결과다. 국민은행 자체 신용등급(A+)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부(AA)보다도 높다. 제공한 담보자산 가치를 감안할 때 비슷한 조건으로 2조원가량 추가 조달이 가능할 전망이다.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이 주택담보대출 채권 등 보유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담보자산으로만 원리금상환이 보장되는 주택저당증권(MBS), 자산유동화증권(ABS)과 달리 발행사의 상환 의무까지 이중으로 포함하고 있어 안정성이 아주 높다. 커버드본드 시장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조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럽커버드본드위원회(ECBC)가 인증하는 커버드본드 라벨(Label)을 취득해 법률적·구조적 안정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야 각국 중앙은행과 대형자산운용사를 선순위 투자자로 유치할 수 있다. 국민은행이 이를 해낸 것이다.

하 전무는 “커버드본드는 크레딧이슈가 생겼을 때도 모기지 같은 단단한 담보를 가지고 발행을 할 수 있어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준비한 만큼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국민은행 2014년부터 커버드본드 프로그램을 만들며 유럽시장에 진입할 길을 모색했다. 유럽은 커버드본드 시장의 본고장으로, 전체 시장 규모의 80%를 차지한다.

그는 “매년 ECBC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원화와 달러와 커버드본드를 여러 차례 발행하는 준비과정을 거쳤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멀티커런시(multi-currency) 채권 발행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게 역량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금융에 공을 들여온 덕도 톡톡히 봤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할 때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 지를 꼼꼼히 따진다. ESG는 유럽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이 높은 분야다. 지난 4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EESG위원회와 ESG기획부를 신설했다. 국민은행은 아시아 최초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5억 달러 선순위 소셜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하 전무 “ESG 프레임워크는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작업”이라며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제대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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