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역차별에 네이버 공화국 될라”

“한 쪽만 밀어주지 말고 적어도 공정하게 하자는 거다. 이 정부 초기에 공정을 말하지 않았나”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표되는 ‘빅테크(Bigtech)’들이 금융사업을 키우는 걸 두고 한 카드사 대표가 내뱉은 말이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적어도 ‘룰’은 공정해야한다는 뜻이다.

최근 은행, 카드, 보험사들은 전방위적으로 빅테크의 금융진출에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규모가 작은 핀테크 기업들이 등장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걱정이다. 독점적 플랫폼을 기반으로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춘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혁신’을 명분으로 금융시장에 진출하면, 기존 금융사들이 이들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핀테크의 보험 ‘무임승차’(?)=빅테크의 공세 수위가 가장 높은 곳은 판매수수요율이 높은 보험부분이다. 설계사들이 가져가던 막대한 수수료에 빅테크들으 군침을 흘리면서 전방위 진출이 활발하다. 카카오는 보험대리점업 진출에 이어 보험사 설립을 준비 중이고, 네이버는 현재 공짜인 자동차보험 비교서비스 유료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금융업 직접 진출이 아닌 제휴 형식으로 각종 금융 규제를 피해가려는 네이버에 대한 불만이 높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은 장기상품이고 고객이 낸 보험료를 운용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품 특성상 감독당국의 규제가 가장 많다”며 “빅테크는 이런 규제는 하나도 받지 않은 체 수수료만 챙겨가는 꼴이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모(母) 플랫폼에서 수많은 데이터를 쌓은 빅테크들의 파괴력을 우려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분화된 고객성향에 맞춰 보험 영업을 벌이면서 유통시장에 빅테크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후불결제 내준 카드사 “소액시장 위태”=당국은 일단 빅테크에 30만원 한도로 제한적인 후불결제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할부, 현금서비스 등은 불가하다. 당초 카드사들이 우려했던 후불결제 한도(50만원 이상)보단 낮지만, 카드사들 입장에선 소액결제 고객군을 지켜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여신업권은 빅테크들이 후불결제를 통해 사실상 신용카드사업을 벌이게 되나, 여신업법 테두리에 들어오지 않는 점을 지적한다. ‘동일업무 동일규제’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빅테크들은 “신용공여로 보는 건 과도한 해석이다. 기존 결제서비스에 부가적인 서비스를 덧붙인 것”이라고 맞선다.

카드사들은 또 후불결제와 관련해 ‘건전성 악화’도 언급한다. 소액결제 연체가 높은 편인데, 각종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쌓은 카드사 만큼 빅테크들이 관리할 수 있겠냐는 얘기다.

여신업권 관계자는 “법적 테두리에 들어오지 않으니 건전성 관리, 마케팅 규제 등을 회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도 나섰다…“왜 우린 주기만 하나” =내달부터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가 시행되면 금융 사업자들은 고객 동의만 얻으면 각종 금융정보(계좌정보, 대출 여부, 주소, 연령대 등)를 공유할 수 있다. 각종 금융정보(계좌정보, 대출 여부, 주소, 연령대 등)를 다른 마이데이터 사업자들과 공유하게 되나, 빅테크들은 일부만 개방하는데 대한 지적이다.

네이버는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결제 데이터 등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네이버 데이터 곳간에 쌓인 정보들까지 개방하기는 곤란하단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개인화된 금융서비스를 위해선 다른 사업자들의 정보를 금융사들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희라·박준규·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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