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만 바라보는 아시아나…HDC현산 ‘노딜’ 명분쌓나

HDC현대산업개발이 꺼낸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카드’에 채권단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빅딜’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그 동안 계속된 공방으로 인수자와 매각 주체의 관계가 틀어진 데다 아시아나항공의 불투명한 내부 회계 관리 문제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부채비율이 급증한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인적 구조조정과 기재 축소 외에 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이 됐다. 이는 결국 채권단과 정부가 자회사 분리매각과 ‘일시적 국유화’ 등 현실적인 대안을 논의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은 27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과 관련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오는 12월 최종 시한일까지 시간을 끌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늦어지면서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거래종료 기한은 지난 6월 27일에서 오는 12월 27일로 6개월 연장된 상태다.

재실사 제안을 두고 ‘노딜’이 현실화할 경우 예상되는 2500억원 규모의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별도의 재협상 없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인수 무산의 책임을 고스란히 HDC현산 쪽에서 짊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업황이 위축된 데다 그나마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항공화물의 반사이익을 내년 기대할 수 없어서다.

계약금 반환 소송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앞날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향후 새 주인을 찾더라도 업황 악화로 큰 기대를 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앞서 업계가 예상한 인수 이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될 자금은 내년부터 2년간 약 4000억원에서 1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배제한 액수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규모가 큰 아시아나항공의 특성상 이스타항공처럼 법정관리나 청산절차에 들어가기엔 무리가 있다”며 “채권단과 정부가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일종의 국유화를 진행하더라도 수년 내 정상화가 힘들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엔 매각 작업을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양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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