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올해는 ‘해외 배출권 사업’ 역량배양의 시간

기후 변화 문제를 다루는 이들에게 2020년은 매우 특별한 해다. 2015년 12월 파리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이 2021년 본격 시행되기에 앞서 2020년 중에 마무리돼야 할 주요한 과제들이 남아 있다. 189개 파리협정 당사국들은 2020년 말까지 이미 제출했던 2030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갱신하고 2050 저탄소 발전 전략을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2020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우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의 마지막 미해결과제인 국제 탄소시장 운영규칙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을 시작으로 들불처럼 세계로 번져나간 코로나 팬데믹은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블랙홀이 됐다. 2020년에 예정됐던 기후변화 총회뿐만 아니라 세계적 행사인 도쿄올림픽과 두바이월드엑스포 개최도 1년 연기됐다.

그렇지만 2050 탄소 중립을 내세운 EU를 비롯한 다수 국가가 코로나 위기 이후를 대비한 성장 전략을 수립했으며 그 핵심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도 지난 15일 코로나 위기극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갱신하고 2050 저탄소 발전 전략을 작성하고 있다. 그리고 2021년부터 시작될 제3기 배출권 거래제의 기본 계획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제3기 배출권 거래제 운용 전략에는 국제 탄소시장과의 연계 및 협력이 포함됐다.

국제 탄소시장의 토대가 될 파리협정 제6조의 이행규칙이 합의되지 않아 우리의 시장 메커니즘 활용 방안에 대해 다소간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그러나 110여개 국가가 국제 탄소시장의 활용에 대해 관심을 보였고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을 살펴볼 때 우리가 시장 메커니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교토의정서의 청정개발체제(CDM)하에서 ‘Grey CDM’으로 불리며 많은 배출권을 창출했던 산업용 온실가스 감축사업이 그대로 인정될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지만 ‘Green CDM’으로 알려진 소규모 프로그램형 감축사업들은 계속 확대·발전될 전망이다. 개량형 취사설비 보급, 바이오매스 활용과 폐자원의 에너지화 등과 같은 소규모 사업은 최빈 개도국의 소외된 계층에게 건강, 주거환경 개선 등 많은 직접적 혜택을 주고 있으며 유엔의 2030 지속발전목표 달성에도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에게 큰 기회를 제공하는 영역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해외에서 사회적 책임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싶어 하지만 이행 수단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역량을 보유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재원 부족으로 해외 진출을 주저한다. 해외 봉사활동 의욕에 불타는 청년세대들은 기회를 잡는 데 목말라한다. 정부가 이들을 엮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해외 배출권 사업을 비용효과적으로 원활하게 실행하기 위한 민관 파트너십을 결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해외활동이 여의치 않은 2020년을 해외 배출권 사업 준비를 위한 역량 강화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해외 배출권 사업의 총괄과 지원을 담당할 공공기관(환경 및 에너지공단, KOICA 등), 기업과 금융기관, 시민사회단체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국제 탄소시장의 적극적 활용방안을 모색해 보기를 기대한다.

최재철 전 기후변화대사·국립외교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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