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본 집중호우 지자체 책임…“이례적 폭우에는 배상 책임 없어”

2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시장 일대에서 상인들이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최근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부산 지역에 피해가 잇따랐다. 3명이 숨지고 100여대가 넘는 차량이 침수됐는데, 법원 판례를 보면 원칙적으로는 예상을 뛰어넘는 양의 비가 내렸다면 지방자치단체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 침수 피해가 있었던 지역에 같은 사고가 재발했거나, 시설물 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 사례도 있었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최근 울산지법은 2016년 태풍 ‘차바’ 내습 당시 내린 집중호우로 하천 범람 피해를 입은 울주군 언양읍 반천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울산시 등을 상대로 제기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태풍 ‘차바’가 상륙하면서 내린 집중호우로 반천천이 범람, 인근 아파트 주민 1명이 숨지고 차량 600여대와 1층 상가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재판부는 “침수의 주된 원인은 계획빈도를 상회하는 기록적인 강우로 볼 수 있다”며 “비상여수로를 통한 방류수와 태화강 상류부의 유량이 제대로 소통되지 못해 수위가 상승하며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피고들이 그로 인한 손해를 예견하기 어려웠고, 시설물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태풍 ‘차바’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제주지법은 A보험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청구금액의 절반 가량인 16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2009년 태풍 ‘나리’로 똑같은 차량 침수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제주도가 통상적으로 갖춰야 할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복개구조물 침수사고가 예상되지만 일반적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침수 위험을 고지하거나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라는 설명도 없었다”고 했다.

폭우 뒤 포트홀(도로 파임) 신고를 받고도 보수하지 않은 경우 지자체에 배상 책임이 인정된 사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B보험사가 평택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7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김모 씨는 지난해 6월 대형트럭을 몰고 아산방조제 도로를 운행하다 전방에 대형 포트홀 2곳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냈다. 사고 전날 일대에는 95.5㎜의 많은 비가 내린 상태였다. 사고 발생 12시간 전에 포트홀 민원신고도 접수됐지만 긴급보수에 나서지 않았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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