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립극장…“이번 시즌은 새로운 기준의 출발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극장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관객과 만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개관 70주년 기념 행사와 공연도 잠시 멈췄던 국립극장이 ‘2020-2021 레퍼토리 시즌’을 공개, ‘새로운 일상’으로의 복귀를 알렸다. 이번 시즌엔 국립무용단의 ‘다섯 오’, 국립창극단 ‘귀토’(가제) 등 전속단체의 굵직한 신작들이 무대에 오른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습격이 오더라도 극장의 본질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극장’을 예고했다.

코로나19로 하루 앞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국립극장은 다가올 일 년의 레퍼토리를 촘촘히 채웠다. 다음 달 28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이어질 이번 시즌에는 국립무용단의 ‘다섯 오’를 시작으로 신작 23편(전속단체 18편), 레퍼토리 7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5편 등 총 49편의 작품이 관객을 찾는다.

‘다섯 오’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 전속단체들의 공연에선 동시대의 혁신과 전통의 깊이를 담아냈다. 개막작은 지난해 11월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첫 작품인 ‘다섯 오’다. 손 감독은 최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2020-2021’ 레퍼토리 시즌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날 지구가 직면한 자연환경 파괴는 음양오행의 불균형에서 나온 결과”라며 “격변한 지구와 맞서게 된 시대에 순리를 따르는 삶의 중요성을 춤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동양 전통사상인 ‘음양오행’을 춤으로 풀어내는 이 작품에는 정민선이 무대·의상·영상디자인을 총괄하는 미술감독을 맡고, 작곡가 라예송이 음악감독으로 합류했다.

정구호 연출의 국립무용단 ‘산조’ [국립극장 제공]

또 내년 4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재개관 기념작인 ‘제의’, 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할 ‘산조’도 국립무용단이 준비한 작품이다. 연출은 ‘묵향’, ‘향연’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인정받은 정구호가 맡았다. 정구호는 “한국 기악 장르인 산조가 지닌 다양한 장단을 새 악기와 편곡을 통해 춤으로 표현해나갈 것”이라며 “‘향연’에서 전통의 모티브가 되는 상징적 오브제를 가지고 작업했다면 이번엔 LED 모니터를 사용해 입체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려 한다”고 밝혔다.

‘귀토’ 포스터 [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은 대형 신작 ‘귀토’를 내년 6월 선보인다. 이 작품은 국립창극단이 ‘산불’ 이후 4년 만에 대극장용 신작이다. 초연 이후 국립창극단의 흥행 신화를 쓴 ‘변강쇠 점찍고 옹녀’의 제작진이 이번에도 의기투합했다. 고선웅이 연출을, 소리꾼 한승석(작창)이 손을 잡았다.

‘수궁가’의 근원설화인 귀토설화를 바탕으로 한 ‘귀토’는 이를 통해 현재의 시대상을 풀어냈다. 작창과 작곡, 음악감독까지 맡은 한승석은 “귀토설화는 이 시대의 권력자 문제나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 등 현실의 비유를 담은 내용이 많아 재창조 작업이 흥미롭게 진행될 수 있는 작품”이라며 “현실에서 고통의 세월을 보내는 토끼는 힘든 현실 속에서 꿈을 좇는 이 시대의 젊은이의 비애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시조 칸타타 [국립극장 제공]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이번 시즌 총 10편의 새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표 기획인 ‘관현악시리즈’는 ‘국악관현악과 한국 합창 : 시조 칸타타’(지휘 김성진, 위촉작곡 이영조, ‘20년 10월 22일), ‘대립과 조화 : 콘체르토’(지휘 김성진, ‘21년 1월 27일)로 이어진다. 예술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동시대적 작품을 새롭게 위촉하는 동시에, 기존 레퍼토리의 다양한 재해석을 시도할 예정이다. 해오름극장 재개관을 맞아 새로운 창작음악 축제 ‘이음 음악제’는 내년 4월 7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또한 국립오페라단 ‘빨간 바지’(8월 28~29일), 국립발레단 ‘베스트 컬렉션’(9월 25~26일), 국립극단 ‘만선’(내년 5월 14~29일)이 달오름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해외 초청작도 마현됐다.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작가 겸 연출가 티아구 호드리게스가 연출한 ‘소프루(Sopro)’가 내년 4월, 현대무용계의 최전선에서 독창적 신체 언어와 동양적 미학으로 주목받아온 안무가 타오예(陶冶, Tao Ye)의 ‘4&9’는 내년 6월 관객들과 만난다.

‘2020-2021 레퍼토리 시즌’ 기자간담회 [국립극장 제공][국립극장 제공]

무엇보다 이번 시즌에선 극장 운영의 변화가 눈에 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공연 관람과 제작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시즌 전체 라인업은 공개하되 티켓은 두 차례 나눠 판매한다. 또한 모든 공연은 객석 띄어앉기로 운영하며, 주52시간 근로제 정착을 반영, 평일 공연은 기존 8시에서 7시 30분으로 앞당겼다.

공연 영상화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급증한 비대면 문화예술 콘텐츠 수요에 대응하고, 공연예술에 대한 저변 확대를 위해서다. 국립극장에서는 이에 공연영상화 자문위원회를 구성, ‘저작권 및 계약’ ‘영상 제작 및 유통’과 관련한 각계 의견을 다각도로 수렴하고 있다.

김철호 국립극장장은 “일흔 돌을 맞이한 국립극장은 코로나 19라는 긴 터널을 지나는 동시에 해오름극장 재개관을 준비 중이다”라며 “2020~2021시즌을, 국립극장 운영의 새로운 기준(뉴노멀)으로 세워나가는 출발점으로 삼고, 이번 시즌을 통해 전통의 깊이는 더하되 동시대를 뚜렷하게 담아내 국립극장의 정체성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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