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지방行(?)…산은·수은·기은 ‘느긋’ 왜

KDB산업은행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서울 부동산 가격 ‘폭등’이 때아닌 국책은행들의 지방 이전 설로 옮겨 붙었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느긋하다. 이들의 본점 소재지는 법률로 ‘서울특별시’로 정해진 터라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지방행 위험이 없다.

한국산업은행법 4조 1항은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산업은행법이 제정된 1953년에 만들어졌고 이후 60여년동안 바뀌지 않았다. 한국수출입은행은 1969년에 제정된 한국수출입은행법(3조1항)에 따라 서울특별시에 본점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고, IBK기업은행은 설립 근거 법령인 중소기업은행법 제정(1961년) 당시 서울특별시에 본점을 둔다(4조1항)고 규정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국책은행들을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법안 개정이 필수다.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수를 집권여당이 확보한 상태기 때문에 당·청 의견 조율만 거치면 추진 가능성도 이론적으론 열려있지만 각종 이해관계 조율 탓에 쉽지 않다는 것이 금융업권 안팎의 설명이다.

특히 산은과 수은의 경우 ‘금융중심지’와 얽혀있다. ‘금융중심지’는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발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취로 평가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말기인 2007년 12월 국회에서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올해 5월에는 5차 계획이 발표됐다. 가뜩이나 해외 금융사들의 국내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해외 금융사들의 파트너가 될 국책은행들을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노 전 대통령의 ‘동북아 금융허브’ 계획은 공중분해 될 공산이 적지 않다.

수출입은행

과거에도 김해영·김광수·김두관 의원 등이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으나 번번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정부 입장에서 시급한 ‘부동산 안정’이란 목표를 달성키 위해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단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많다. 통상 금융기관의 지방이전은 법안 개정 이후 부지물색, 건축 등에 3~4년 가량씩 소요된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금융중심지는 포기한 것인지, 부동산 대책으로 지방이전이 맞는 것인지 등에 대한 답이 먼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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