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피 펀드 시대美 자산운용사는 ‘무보수 ETF’ 전쟁 중

#세계 최대 펀드운용사 블랙록은 올해 2분기 실적보고서에서 무보수ETF의 비중을 늘리고, 유보수ETF도 수수료 비중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이미 지난달 대표ETF 상품으로 꼽히는 ‘아이셰어즈 코어(iShares Core) S&P500’의 수수료를 0.04%에서 0.03%로, 0.01%포인트 낮췄다. 이는 무보수ETF로 유명한 뱅가드의 S&P500 ETF수수료 수준이다. 그동안 블랙록은 경쟁사보다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해왔다.

핀테크 대출업체인 ‘소파이(SoFi·Social Finance)’가 총성을 울린 ‘무보수 상장지수펀드(ETF)’ 경쟁에 블랙록도 본격적으로 참전하는 모습이다.

블랙록은 전체 ETF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날로 커지는 글로벌 ETF 시장에서 수수료를 낮추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투자자 비용은 줄어든다. 투자자들에게 수수료 부담을 주지 않은 ETF 출시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생존 경쟁이다.

유명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ETF뿐만 아니라 주식형 인덱스펀드 2종에도 수수료를 적용하지 않은 상품을 출시했다. 상품은 한달 만에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이 넘게 팔렸다.

‘찰스 슈왑’(Schwarb), ‘뱅가드’(Vanguard)도 수수료를 낮추다가 자체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을 토대로 무보수ETF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슈왑의 무보수ETF 자산규모는 1년 사이 183% 성장했다.

뱅가드는 지난해 3월 소파이의 뒤를 이어 10종의 무보수ETF를 선보여 무보수 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세계 두 번째로 큰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전체 ETF시장의 20% 비중을 차지한다.

판매수수료는 운용사와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이다. 미국 자산운용사들이 수익없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무보수ETF를 판매하는 건 아니다. 우선 ETF는 초과수익에 대한 부담이 없다. 시장수익률만 따라가면 된다. 운용과정에서 이런 저런 돈 벌이도 생긴다.

미국 운용사들은 대신 투자자가 담보로 현금이나 국고채 등 안전자산을 제공하면 ETF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투자자에게는 담보물을 대여해 실적을 버는 모델을 만들었다. 대차거래로 수익을 벌어들이는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대차거래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한국 ETF 구조상으로는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모델이다.

하지만 저비용·중수익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도 지난 22일 신규 고객에 한해 온라인 ETF 수수료를 기존 0.25%에서 0.045%로 낮췄다. 최근 늘고 있는 이른바 ‘해외 원정 개미’(개인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의 한 사모펀드 소속 운용사는 “시장 수익률만 따라간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성과에 대한 불만은 갖기 어렵다”면서 “미국의 경우, 정보투명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면서 무보수뿐만 아니라 좀 더 단순화된 구조의 금융상품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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