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관련 1만4000여명 사망…실제 신고 11% 불과”

27일 서울 중구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최예용 부위원장(왼쪽 세 번째) 등이 가습기살균제 피해규모 정밀추 산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전 피해자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국내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고 관련 질병으로 숨진 사람이 실제 신고 건수의 10배 가까운 1만4000여 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 피해 접수 인원이 1553명에 불과해 범 정부 차원의 피해자·피해 규모 파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규모 정밀추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후속 조치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전국 만19∼69세 성인 남녀 1만5472명(5000가구)을 대상으로 방문 면접 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1.414%포인트다.

연구 결과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 중 천식, 비염, 간질성 폐 질환 등 병원에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질병을 진단받고 사망한 인구는 약 1만4000명(최소 1만3000명∼최대 1만6000명)으로 추산됐다. 이달 17일 기준 가습기 살균제 관련 사망자로 정부에 접수된 피해 인원은 1553명이다. 이는 이번 연구에서 추산한 전체 사망자의 11%에 불과한 수치다.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2006년부터 6차례에 걸쳐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실태조사가 있었지만, 사망자를 추산한 연구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에서 조심스럽게 사망 인원을 1만4000여 명으로 추산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 국민 대상 전수조사 등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정밀한 후속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 1994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는 약 627만명(최소 574만∼최대 681만명)으로 추산됐다. 임산부나 만 7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의 경우 가습기 살균제 노출이 일반 가구보다 각각 1.2배, 1.8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건강 피해 경험자를 약 67만명(최소 61만∼최대 73만명)으로 파악했다. 새로운 증상이나 질병이 발생한 인구가 약 52만명, 기존 질병이 악화된 인원이 약 15만명인 것으로 추산됐다.

건강 피해로 실제 병원 진료를 받은 인구는 약 55만명(최소 51만∼최대 60만명)으로 추정됐다. 질병별 피해 인구 규모는 비염(34만2111명)이 가장 많았고 ▷폐 질환(20만3060명) ▷피부 질환(16만5537명) ▷천식(13만9051명) 등의 순이었다.

사참위는 “이번 조사에서 추산된 가습기 살균제 건강 피해 경험자는 약 67만명이지만 지난 9년(2011년∼2020년)간 정부가 접수한 건강 피해 신고자는 현재 기준 6823명으로, 약 1%에 불과하다”며 “잠재적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사망자가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피해자 의료 정보와 가습기 살균제 판매 정보 등을 통해 범 정부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 찾기와 피해 규모 파악에 나서고,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사람들의 질환을 추적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부위원장도 “다음달이면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9년이 되는데 아직도 참사 피해자가 어느 정도인지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로 참사의 실체적 진실에 조금이나마 다가간 느낌이다. 실체 규명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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