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다’ 권영일PD,“가족은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단순한 진리 깨달았다”

-“결국 가족도 개개인이 모인 하나의 작은 집단이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연출 권영일, 극본 김은정)가 지난 21일 뜨거운 호평 속에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가족’과 ‘나’에 대한 의미 있는 고찰로 화제가 됐다. 권영일 PD와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가족입니다’는 클리셰도 없고 공감도도 높은 등 기존 가족드라마와 달랐는데, 어떤 점일까요?

=아무래도 기존 가족극 속에서 그려진 부모와 자식이 상하관계에 집중 되어 있었다면 우리 드라마에선 개개인의 삶을 좀 더 집중해서 보여준 것이 다른 점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결국 가족도 개개인이 모인 하나의 작은 집단이다”라는 생각으로 출발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캐릭터 하나하나 마다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보시는 시청자 입장에선 각각의 맞는 캐릭터에 자신을 이입해 보는 재미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메시지를 감독의 시선으로 표현해주세요

=김은정 작가님이 마지막 16부 대본에 배우, 스텝들에게 “최선을 다한 나 자신을 제일 먼저 최고로 위해주세요”라고 써주셨습니다. 아마 이 말 속에 우리 드라마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들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드라마 마지막회에서 어머니 진숙씨가 수십년동안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다른 가족들도 어머니가 떠난 시간만큼 가족이 아닌 각자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일으켜 최고의 마음을 가진 한사람 한사람이 다시 모여 “최선의 가족”이 됩니다. 그것이 우리 드라마에서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가족은 어떻게 성장하는 게 좋은 것일까요?

=차별에 대한 상처, 다르면 안 된다는 강요, 무조건 너를 위한 것이라는 모순된 사랑, 이 모든 고정관념이 가족에서 시작됩니다. 가족을 통해 얻는 것도 잃는 것도 있을 겁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지만 서로 잘 알기 위해 이야기에 귀 귀울여주고 들여다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가족으로 묶여 있지만 결국 개개인의 성장과 행복이 결국은 가족을 지키는 힘이 되는 것 아닐까요.

▶등장 인물 대다수가 주인공이었습니다.

=관점에 따라 어느 회에선 은희(한예리)와 찬혁(김지석)이 주인공 이었다가 어느 회에선 상식(정진영)과 진숙(원미경)이 주인공이었습니다. 우리도 관점에 따라 어느날은 주연이었다가, 누군가의 조연이기도 했다가 어떤 날은 그저 스쳐가는 행인1 이기도 한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드라마더 우리 삶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같은 타인’ 박찬혁(김지석) 캐릭터가 디테일하고 단연 돋보였는데, 기존 드라마에서는 남사친 캐릭터는 있어도 이런 깊이 있는 캐릭터는 없었다. 드라마 메시지와도 관련이 있는지요?

=이런 사람이 현실에 있을까 싶을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어쩌면 찬혁이라는 캐릭터는 우리 드라마를 친절하게 읽어주는 사회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구겨져 버려진 쓰레기통 속 종이를 하나하나 꺼내어 펼쳐 읽어주는 상담가 일수도 있겠네요.

가족에게 말 못하는 마음 속 이야기를 찬혁이에게 다 꺼내어 보여준 탓에 결과적으론 이 가족이 하나로 엮어집니다. 가족은 아니지만 ‘나’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사람, 때론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합니다.

▶권영일 감독의 연출의 방향은 무엇이었습니까?

=매일 만나는 사람들, 내 곁에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우리는 오히려 무게를 두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지요.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는데 담담하지만 그 속에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작가님이 써 주셨고 배우들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셔서 더욱 빛을 발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주세요.

=배우들의 연기는 누구하나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습니다. 촬영하는 동안은 저 포함 모든 스텝들이 배우의 이름이 아닌 극중의 캐릭터 이름으로 호칭하는데. 5개월 동안 극 중의 인물로 살아준 배우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명대사가 많다. 감독님의 가장 기억나는 대사는 무엇입니까?

=“우리도 이 나이에 하고 싶은게 있다는 걸 아이들은 알까?”라는 진숙과 상식의 대사가 있습니다. 이 단순한 한마디의 말 속에 가슴이 먹먹해 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 부모도 우리처럼 젊음이 있었고 꿈이 있었다는걸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이 살았습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그들은 우리의 부모였고 일상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60이 된 나이에도 여전히 하고 싶은 일들이 가득할 나의 미래를 만난 기분이 들어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두 개의 신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세 명의 자식에게 원미경이 ‘가족이 뭘까?’ 하고 묻는 신과, 가족 단톡방에 상식이 “우리 가족여행 갈까?”라고 올리자 가족들에게 거절 당하고 아내 진숙이 “우리 둘이 가요”라는 글을 올리는 마지막 신이다.

=“가족이 뭘까?” 라고 물어보는 부모는 실제 현실에선 거의 없겠지만 우리 드라마를 통해 스스로에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돌아 볼 수 있는 질문이었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답속에 우리 삶의 대답이 있겠죠.

서로 다른 성인 둘이 만나 가족이 되고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자식들이 품에서 떠나고 나면 그제서야 주변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그 곳엔 처음 가족이 되려고 했던 나이든 성인 둘이 덩그러니 남아 있겠죠. 마지막에 진숙이 상식에게 “우리 둘이 가요”라고 말하는 신은 그렇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둥근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번 드라마를 연출한 후 가족에 대한 관점 변화나 가족에 대해 바라는 바가 있습니까?

=사실 이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거나 ‘가족은 이런 거야’라고 거창한 의미로 접근하지는 않았습니다. 가족을 대하는 태도나 행동은 각자 다를 겁니다. 지금껏 제가 생각하는 가족은 표현하지 않아도 늘 알아주는 사람들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는 자식의 눈치를 보고 자식은 (‘내 마음 다 알겠지’ 하며) 침묵합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더 많이 표현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저도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wp@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