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세수확보…세제혜택 ‘십중팔구’ 일몰연장

올해 말 끝날 예정이던 비과세·감면제도 10개 중 8개가 줄줄이 추가 연장된다. 경제활성화가 명목이다. 하지만 증세가 어려운데다 확장재정, 저출산 추세에 따라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입 확보를 위한 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2020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54개 비과세·감면 항목 중 44개(81.5%)가 2년가량 연장된다. 이 중 39개는 손보지 않았고, 5개만 혜택을 일부 축소해 연장키로 했다. 나머지 10개만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올 연말 종료하기로 했다. 고스란히 연장된 39개의 세금 감면액은 5조원에 이른다.

심지어 ‘만능통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은 내년 12월 일몰 예정이었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를 아예 없애고 영구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올해 말까지 적용되는 일반 고속버스 요금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도 항구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다.

일몰 도래 항목의 종료비율은 20%에 못미치고 있다. 올해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율은 18.5%로 지난해(23.5%)보다 낮아졌다. 2014~2018년에도 계속해서 20%를 밑돌았다. 특히 2018년의 경우에는 일몰이 도래한 항목이 91개나 됐지만 9개 항목만이 종료돼 종료비율이 10%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정부는 개의치 않고 비과세·감면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숙박비 소득공제, 코리아세일페스타기간 중 구입한 물품에 대한 부가세 환급, 중소기업의 특허 출원 등 비용 세액공제 등과 같은 조세특례는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내년부터 새로 도입될 예정이다.

조세지출은 막대한 국세수입의 감소를 초래하지만 공식적인 재정지출로 취급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 예산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체계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방만하게 도입?운영될 개연성이 커서 정부예산 사용을 위한 ‘숨은 경로’로 활용되기도 한다.

또한 정부지출 증가가 아닌 세수 감소로 나타나기 때문에 낮은 조세부담률, 혹은 작은 정부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활용될 수도 있다.

경기 위축으로 인해 세수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세입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조세 지출을 늘리면서 올해 국세감면액은 51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 결과 올해 국세감면율은 15.4%로 감면 한도인 14.0%를 1.4%포인트 초과할 전망이다. 2년 연속 법정 한도를 넘길뿐만 아니라 초과폭도 더 커지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세감면율이 법정 한도를 넘긴 사례는 없었다.

유한욱 한림대 교수는 논문을 통해 “경제 위기 때 크게 증가했던 국제감면율을 낮추는 안전장치가 없다”며 “일몰종료 비율의 하한을 설정하거나, 신설 항목 수 혹은 그 감면규모에 대한 상한을 부여하는 방식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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