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 3700억 실탄 확보해도…투자계획 지연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위메프 본사 사옥. [위메프 제공]

위메프가 온라인 쇼핑 무한 경쟁 속에서 차별화 전략 마련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잡기 위한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성장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 박은상 위메프 대표가 휴직에 들어간 데 이어 계획했던 대규모 채용까지 중단하면서 회사 안팎으로 리더십 공백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조직과 사업을 재정비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잠정 보류했다. 지금까지 공격적인 외형 확대 전략을 구사했던 위메프가 오히려 코로나19로 이머커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주춤하는 모양새라 이례적이란 평가다.

위메프는 그동안 적자를 감수하며 공격적으로 외형을 키워왔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757억원이나 됐지만, 온라인 쇼핑의 본질인 ‘가격’에 집중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위메프는 넥슨코리아와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받은 3700억원을 활용해 연내 1000여명의 상품기획자(MD)를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들어 이런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각자의 생존전략을 모색했지만 위메프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 쿠팡은 배송 경쟁력을 강화한 ‘로켓배송’, SSG닷컴은 대형마트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장보기’, 티몬은 시간별 초특가 상품을 선보이는 ‘타임 커머스’ 등에 몰두해 특기를 개발했다. 위메프는 배송·가격·마케팅 등 어느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키우지 못했다. 올해 계획했던 1000여명 채용 계획도 중단된 상태다.

업계는 대내외적인 불안 요소가 위메프의 전략 수립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위메프는 올해 코로나19로 큰 수혜를 보지 못했다. 쿠팡·마켓컬리·SSG닷컴 등 경쟁업체들은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주문량이 폭증하면서 1분기 매출이 평균 30% 이상 증가했다. 위메프는 이들 업체와 달리 신선식품·가정간편식(HMR) 등 식품 취급 비중이 낮아 큰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패션과 여행·티켓 부문의 부진 탓에 1분기 역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경영 공백 상태도 이어지고 있다. 위메프를 10년 넘게 이끌어온 박은상 대표는 지난달 무기한 휴직에 돌입했다. 위메프는 부문별 조직장 중심으로 임시 경영체제를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박 대표의 빈자리를 메우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3700억원의 투자금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방향키를 잡아줄 의사결정권자가 필요한데 박 대표가 복귀하지도, 전문경영인을 영입하지도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경영 공백을 이어가며 현상만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위메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변하면서 이에 맞는 정책을 재정립하기 위해 채용을 연기했다”며 “올해는 3700억원의 투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메프의 강점은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며, 실질적인 혜택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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