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하게 뚫린 군 경계망…군 축소·은폐 논란 또 일어

사진은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전경.[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군이 과학화경계장비, 폐쇄회로(CC) TV, 열상감시장비(TOD) 등 첨단 경계시설을 설치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는 철책 인근에서 20대 탈북민 김모씨가 경계망을 유유히 뚫고 ‘월북’한 가운데 경찰이 탈북 당시 김씨의 소지품까지 공개한 상황에서 군은 이를 함구해 군의 축소·은폐 논란까지 일고 있다.

군 당국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김모씨의 월북 경로를 강화도로 특정하고, 군사분계선을 통과한 지점에 대해 철책 밑 배수로라고 밝혔다. 그러나 월북 경로에서 발견된 가방 안의 소지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날 경찰은 브리핑에서 김씨의 가방 안에는 물안경, 은행통장, 환전 영수증 등이 들어있었다고 밝혔다.

군이 여러 이유를 들어 공개를 제한한 사안에 대해 경찰이 어려움 없이 공개한 것이다. 군이 이번 사건에 대해 과도한 잣대로 사안을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28일 “조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며 “사건을 축소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조사 중인 사안’, 또는 ‘기밀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는 등의 이유로 답변을 거부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앞서 지난해 6월 동해 삼척항에서 발생한 북한 어선의 ‘대기 귀순’ 사건 당시에도 군 당국은 축소·은폐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국방부 장관이 경계 실패를 인정하고, 재발 방지 약속 등을 골자로 한 대국민사과 메시지까지 냈다.

한편, 월북한 김씨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감시시스템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파고든 것으로 나타났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 일대에는 과학화경계시스템에 연결된 ‘광망’이 촘촘히 설치돼 조금이라도 손상이 가면 경보음이 울리고 인근 초소에서 출동하게 돼 있다. 김씨는 이 시스템을 피해 배수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TOD는 북에서 넘어오는 적을 감시하기 위해 전방을 향해 있는데, 철책 아래 배수로를 통해 경계를 넘어가는 김씨는 탐지 범위 안에 들어오지 않았다. CCTV도 철책 아래 배수로는 비추지 않아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기상 상황도 탐지에는 악조건이었다. 김씨가 월북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18~19일 사이 강화도 일대에는 비가 내려 ‘열’을 통해 이상 거동을 파악하는 TOD 등의 장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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