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영방송 전파 탄 고래야 “그냥 ‘신선한 팝’ 음악으로 즐겼으면”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은 밴드 고래야는 새로운 멤버들의 영입한 뒤 오랜 융화의 시간을 거쳐 최근 새 앨범 ‘박수무곡’을 발표했다. 고래야는 이번 앨범에 대해 “정적인 음악이 주를 이뤘던 전작들과 달리 박수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떼창을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플랑크톤뮤직 제공]

정적을 깨우는 장구의 장단 위로, 바람 소리를 실은 퉁소 선율이 얹어진다. 헤어스타일은 최신 유행이라는 투톤 염색, ‘너바나’가 새겨진 연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맑기도 하고, 탁하기도 한 보컬이 등장한다. “밤새도록 놀아나 보자 늴리리야.” 퉁소와 거문고 가락만으로 어깨가 들썩이는 마법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지난달 30일 미국 공영방송 라디오 NPR 간판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엔 밴드 고래야가 출연했다. 한국 가수가 ‘타이니 데스크’에 출연한 것은 2017년 씽씽 이후 두 번째다. 코로나19로 현지에 가지 못한 고래야는 서울 마포구 지하의 연습실에서 라이브 공연을 들려줬다. 콜드플레이, 아델, 테일러 스위프트 등 최정상 팝스타들이 오가는 이 곳에서 고래야는 15분간 무대를 장악했다. ‘쿨하다’는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이 줄을 잇는다. 바닥에 누운 거문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안다는 삼선슬리퍼, 한국이 만든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믹스커피는 ‘미친 존재감’으로 꼽혔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고래야는 최근 그 어느 해보다 주목받고 있다.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의 결합이 생소했던 시기부터 꾸준히 한우물을 팠던 노력이 결실을 보는 요즘이다. 이미 6개 대륙 34개국 51개 도시를 순회하며 고래야의 음악을 알렸다. 낯선 장르의 음악을 들고나온 이질감에 고래야의 음악을 설명하기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박물관에 있는 음악이 아닌, 다 함께 즐기는 음악을 하고 싶었고”(김동근), “점잖은 퓨전국악”(김초롱)이 아닌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던 국악인과 대중음악인이 만났기에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월드뮤직 밴드, 혹은 퓨전국악 밴드로 불리는게 익숙했다. 이제 고래야는 하나의 ‘팝밴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마포구의 연습실에서 만난 고래야 경이(퍼커션), 김동근(전통 관악기), 김초롱(전통 타악기), 나선진(거문고), 고재현(기타), 함보영(보컬)) 멤버들은 “데뷔 10년이 됐지만 이제 다시 새출발”이라며 “지금은 고래야 2차전”이라고 말했다.

고래야는 지난 20일 새 앨범 ‘박수무곡’을 발표했다. 2016년 발매한 정규 3집 이후 4년 만이다. 새 앨범이 나오기까지 밴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팀의 중심이 되는 보컬, 주요 악기인 거문고와 기타 멤버가 새로 들어왔다. 이전과의 큰 차이점이라면 판소리 보컬이 아닌 실용음악을 전공한 함보영이 2017년 영입, 노래를 담당한다는 점이다.

새 멤버들은 고래야의 음악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냥 너무 좋더라고요. 제가 듣기엔 정말 이상한 노래가 많았어요. 와, 미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루하기만 했다면 고래야에 들어오려고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함보영) “어떤 화려한 조명이나 연출이 없어도, 피아노나 기타, 노래만 해도 좋은 음악들이 있어요. 고래야는 그런 면이 강하고, 전 이 음악을 되게 좋아해요.”(고재현)

기존 멤버와 새 멤버가 만나 융화의 시간을 거친 완성물은 ‘박수무곡’이다. 이 앨범은 기존 고래야의 음악과도 다른 지점에 있다. 테마는 ‘박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박수가 음악의 요소가 되면 보편적 음악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1, 2집엔 정적인 음악이 많았지만, 이번엔 함께 춤추고 떼창을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었어요.”(경이) 앨범의 수록곡은 모두 경이가 작곡했고, 멤버들의 음악적 스타일이 편곡에 반영됐다. “전통악기로 멜로디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거문고와 대금이에요. ‘먼동이 틀 때’라는 곡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자진모리 장단에 대금 솔로가 담겼어요. 그 곡에 담긴 대금이 10년동안 들어본 소리 중 가장 좋아요.”(경이) “저희끼린 인생 솔로라고 해요.(웃음)”(함보영) “제가 하는 작업 중 떼바람 소리라는 관악기 앙상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두 세개 악기 소리를 한꺼번에 들리게 했어요. 전에는 라이브에서 시도할 수 없는 걸 앨범에 담기가 꺼려졌는데, 듣기 좋은 음악이 좋은 거라는 생각에 고집을 꺾고 작업했어요.”(김동근)

고래야 스스로는 그들의 음악을 규정하지 않는다. “저희는 고래야의 색깔을 고수하거나 규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지금 좋아하는 음악을 표현하는 것뿐이니까요.”(고래야) 다만 고래야를 지탱하는 음악적 요소는 있다. “가장 중심이 되는 음악의 힘은 리듬이에요. 1집 때부터 음악의 멜로디와 색깔은 변했지만, 한국의 장단을 변형하거나 어렵게 만들지는 않았어요. 리듬이 중심이 되니 어떤 멜로디와 악기가 와도 흔들리지 않았어요.”(김초롱)

“아니리(판소리 사설)를 연극 대사처럼, 창을 팝처럼”(함보영) 소화하고, 록밴드의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국악기를 비집고 들려온다. 머리 위로 들어올린 손바닥이 부딪히는 소리들엔 심장이 반응한다. 이미 10년 전부터 ‘파격’이라는 수사가 따라온 고래야는 여전히 ‘파격의 길’을 성큼성큼 걷는다. 이들이 가는 길은 10년 전보다 더 젊어졌다. “고래야의 출발이 정통음악의 정수로 무엇과 무엇을 결합하자는 것은 아니었어요. 다양한 장르와 음악적 표현을 하는 데에 있어 전통악기와 그것이 잘 할 수 있는 장단을 사용할 뿐이죠. 고래야의 음악은 그저 요즘 음악, 신선한 팝(대중음악) 음악으로 들렸으면 좋겠습니다.”(경이)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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