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못가본 ‘친환경선박 성공’…그 키를 쥐다

빈센이 개발 중인 수소연료전지선박. [빈센 제공]

올해부터 시행된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는 조선, 해운업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정도로 강력한 이슈다. 당장 글로벌 업계는 저유황유, 탈황설비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친환경선박’으로의 전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친환경선박’은 아직 전 세계 어느 국가, 기업에서도 성공한 사례가 없다. 다시 말해 개발에 성공하면 글로벌 조선업계의 새로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친환경선박 전문 제작업체인 빈센의 이칠환 대표는 그 자리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대표는 친환경선박 개발을 위해 지난 2017년 빈센을 창업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기술영업, 기본설계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이 대표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당시 희망퇴직과 함께 창업을 결심했다. 이후 비슷한 시기 회사를 나올 수 밖에 없었던 대우조선해양 출신 엔지니어 10명을 영입했다.

이 대표는 “빈센의 기술진은 글로벌 조선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던 대우조선해양에서 부서장 급 커리어를 거친 엔지니어들”라며 “상선은 물론 전투함, 잠수함 개발까지 담당했던 이들의 경력은 전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신 있다”이라고 자부했다.

빈센의 주력 사업은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추진 선박과 수소연료전지 추진시스템을 적용한 선박을 개발하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두 기술을 갖춘 기업이 없다. 빈센은 상용화가 가능한 전기추진 소형 선박 개발 완료와 함께 수소연료전지 1호 선박의 개발을 올해 안에 완료할 계획이다.

글로벌 업계를 보면 수소연료전지선박의 경우 미국에서 실증사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아직 완성단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평가된다. 전기추진선박 역시 독일 등 유럽업체들이 개발 중이지만 역시 시제품 수준이다. 전 세계가 모두 출발선상에 있는 셈이다. “개발 완료가 곧 시장 선점”이라는 이 대표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수소연료전지선박은 초기 기술 확보 여하에 따라 소형선은 물론 초대형 선박의 추진체계로 적용이 가능해 미래 시장성이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빈센이 개발 중인 12m급 수소연료전지선박에는 현대차 넥소 4대 분의 전지가 들어간다.

이를 현재 운용되고 있는 대형선박의 추력으로 환산하면 LNG선에는 100Kw 연료전지 300개가 필요하다. 국내 조선업계가 주력 생산하고 있는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에는 600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에는 250개 가량의 연료전지가 들어가게는 셈이다. 글로벌 업체들이 소형 수소연료전지선박 개발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향후 조선산업의 주도권을 쥐기위한 기술 경쟁으로 이해하면 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글로벌 업체들이 소형 수소연료전지선박 개발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향후 조선산업의 주도권을 쥐기위한 기술 경쟁의 전초전이다. 이미 노르웨이 대기업 ABB와 캐나다 연료전지업체 발라드 등 유럽지역에선 관련 얼라이언스가 꾸려졌다. 뒤이어 일본의 토요타와 조선업체 얀마, 한국에선 빈센과 현대차가 올 초 잇따라 수소연료전지 선박 개발을 발표하며 무한경쟁의 신호탄이 쏘아졌다.

빈센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3MW급 예인선 실증사업에 뛰어들었다. 대우조선해양, 해양수산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되는 이 사업은 현재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고 있으며, 오는 9월 중 확정될 예정이다. 수소연료전지 추진 예인선은 IMO2020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예인선 산업의 새 판을 짜는 것은 물론, 대형화 과정을 거쳐 컨테이너선까지 발전 가능한 사업이다. 당장 국내에만 500대, 전 세계 2만척의 예인선이 교체 대상으로 시장 규모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빈센은 전기추진 소형 선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저, 치안, 구난 등 200톤 이하 소형선박의 글로벌 수요는 1700만대 달한다. 하지만 국내 생산은 ‘0’에 가깝다. 수요가 없는 탓이다. 국내 소형선박조종면허를 보유자가 27만명에 달하지만 판매되는 소형 레저용 선박은 거의 대부분 수입이다. 국내 판매 실적이 없으니 이를 기반으로 한 해외진출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빈센은 이같은 소형선박 시장에 전기추진보트를 투입해 글로벌 시장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친환경선박 산업의 성패는 기술력도 문제지만, 정부의 육성정책도 큰 몫을 차지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수소연료전지선박의 경우 개발업체가 감당할 수 없는 충전 인프라와 관련 법 규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수소산업은 육지보다 해상에서 더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초기 인프라 구축이 용이 때문이다. 도로에 거미줄처럼 충전소를 설치해야하는 육지와 달리 선박은 주요 거점 항만 몇 곳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면 된다. 또 인근 주민들의 충전소 설치 반대를 설득해야하는 과정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그 이유다.

정부가 최근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수소관련 산업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환영할만 한 일이라고 이 대표는 말한다. 그 일환으로 울산항에 전 세계 최초로 선박용 수소충전소가 설치되고 있다. 내년 2월경 설비가 완공되면 실증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다만 친환경선박의 국내 수요 확대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의무구매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입증된 실적이 있어야 해외 시장에도 명함을 내밀 수 있다”며 “친환경선박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에 정부 기관이 구매를 꺼린다면 기술에서 앞서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업 경쟁력을 확보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