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 예금 폭증하자… 은행채 발행 줄었다

[자료=금융감독원]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올해 상반기 수시입출금 계좌 등 저원가성 예금 액수가 크게 늘자 은행들이 사채(은행채)발행을 큰 폭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굳이 은행채 발행으로 돈을 확보하지 않아도 될만큼 저원가성 예금이 폭증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각종 지원책과 급격한 금리 인하가 저원가성 예금을 늘렸고 은행들은 이를 은행채 발행 축소 기회로 봤다는 설명이다.

2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채 발행은 모두 14조177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20조2593억원(116건)에 비해 30.0%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세분하면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은 12조8579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1.3% 줄었고, 지방은행의 경우에도 1조3200억원 어치의 은행채를 발행해 14.8% 줄었다.

은행들이 올해 상반기 은행채 발행을 큰 폭으로 줄인 주요 원인은 수시입출금형 계좌나 MMDA(money market deposit account) 등 은행 입장에서 봤을 때 저원가성 예금 액수가 폭증한 것과 관련이 깊다. 올해 6월말 기준 국내 4대 은행(신한, KB국민, 우리, 하나)에 쌓인 저원가성 예금(요구불, MMDA) 잔액은 498조3511억원이었다. 이는 올해 1월 대비 약 71조원(16.6%) 늘어난 수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말 기준 국내 금융시장의 저원가성 예금은 758조원으로 4월말 대비 30조원 가까이 폭증했다.

저원가성 예금이란 금리가 연 0.1% 수준인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MMDA) 등을 가리킨다. 급여통장이나 자동이체 통장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은행 입장에선 고객들에게 돌려줄 이자 부담이 적어 회계 계정상 ‘저원가성 예금’으로 분류한다. 은행채의 금리가 1~2% 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객들에게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아도 되는 부담없는 자금이 바로 ‘저원가성 예금’이다. 대신에 언제든 자금을 내줘야 한다는 점은 은행으로선 부담요인이다.

그런데 저원가성 예금이 폭증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코로나19사태로 금리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저원가성 예금은 더 늘어나게 됐고, 이는 추세로 확인됐다. 이자를 받기 위한 정기예금 계좌에선 돈이 빠져나갔고 증권계좌 등으로 돈이 몰렸다. 때문에 은행들은 1~2%의 금리를 주고 돈을 빌려야 하는 은행채를 발행하는 대신 저원가성 예금 자금으로도 운용할 수 있는 자금 원천을 마련한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지주사들이 발행하는 금융지주채의 경우 올해 상반기 5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조4500억원 가량이 늘어났다. 이는 금융지주사들의 인수합병(M&A)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인수자금이 필요한 지주사들이 사채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굳이 금리를 지급해가면서 은행채를 발행해야할 상황이 적게 발생했을 것”이라며 “금리가 낮아지자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줄었지만 또다른 수익의 기회를 본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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