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 아니다’ 서울시 제출 인수인계서에 여성계 분노 “市, 빠져나갈 궁리만”

서울시 인권 및 평등 촉구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를 촉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 여성계가 “아직도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고 서울시 측을 비판했다. 최근 성추행 의혹 피해자 A씨가 지난해 7월 전보될 당시 작성한 인수인계서를 박 전 시장의 측근들이 경찰에 제출한 데 대한 반응이다. 해당 서류에는 ‘최초 3선 서울시장 비서의 자부심을 느끼고 (박 전 시장에게)배울 점이 많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측근들은 이를 근거로 경찰에 방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장은 2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 같은 서울시 관계자들의 대응에 대해 “(서울시는)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의혹 규명은 할 생각이 없다”며 “이런 문건을 서울시가 성추행을 몰랐다고 주장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2일)2차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는 인사 담당자에게 성추행 고충을 토로했다고 했는데, 서울시는 해당 인사 담당자가 누구인지 공개하고 고충 토로한 사실이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8일 ‘서울시장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촉구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행진에서 만난 신민주 기본소득당 젠더특별정치위원장도 “공문서인 인수 인계 문건에 누가 성추행 사실을 티낼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피해자 측 2차 회견에서 발표한 것처럼 서울시 내부 사람들이 끊임없이 피해자에게 ‘몰라서 그랬을 것이다. 이뻐서 그랬겠지’ 등의 대답으로 성추행 사실을 덮어 놓고 지금 와서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 행진 참가자들 역시 서울시가 제출한 인수 인계 문건이 ‘피해자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2차 가해를 양산했다는 의견이었다. 행진에 보라색 우산을 쓰고 참가한 김모(45)씨는 “서울시가 방조죄 혐의 반박을 위해 제출한 인수 인계 문건으로 또다시 2차 가해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대학생 정모(22)씨도 “지금까지 피해자가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문서”라며 “그러나 피해자가 비서로서 느끼는 자부심과 피해 사실은 엄연히 분리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도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인수인계서를 두고 “피해자가 (지난해 후임 비서를 위해 인수인계서를)작성한 것은 맞지만 특별히 문제 될 것은 없다”고 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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