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조절 해법, 의무자조금 농림축산식품부·헤럴드경제 공동기획] 선제관리로 가격안정…농산물 의무자조금 ‘수급불안’ 끊는다

이정삼(창가쪽 테이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이 지난해 9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양파마늘 조직화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간담회에서 정부, 주산지농협, 생산자단체, 전문가 등이 양파마늘 의무자조금 설립 추진에 대해 최초로 합의했다.

뉴질랜드 키위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가 관리·감독하는 제스프리(Zespri)처럼, 우리 농산물에도 농산물 의무자조금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 농산물 의무자조금은 선제적 수급 조절을 통해 가격 안정으로 지속 가능한 농사를 꾸려 안정적인 소득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정부 주도의 수급관리에서 벗어나 생산자가 중심이 된 수급조절체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농산물 의무자조금 품목은 인삼, 친환경, 백합,키위, 배, 파프리카, 사과,감귤, 콩나물, 참외, 절화,포도, 양파, 마늘 등 14개에 이른다.

▶2000년부터 국내 도입된 의무자조금=의무자조금은 해당 품목을 재배하는 농업인(농업경영체), 해당 품목을 취급하는 농협 등 농산업자가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의무거출금과 정부 지원금, 농산물 유통·가공·수출업자 등의 지원금 등으로 조성된다. 또 ‘농수산자조금법’에 따라 의무자조금을 조성해 자율적인 수급안정과 연구개발, 수출 활성화 등 자조금 용도에 맞는 각종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의무자조금은 경작·출하 신고, 품질·중량 등 시장출하 규격을 설정하는 등 생산·유통 자율조절 조치를 할 수 있고, 해당 품목을 재배하는 농업인은 자조금 단체의 조치를 따라야 한다. 구체적으로 경작신고제를 도입해 경작면적이 적정재배면적 이상일 경우 면적조절, 산지 폐기 등을 선제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또 가격안정을 위해 품질·중량 등 시장출하규격을 설정하고, 설정된 출하 규격에 따라 생산량 과잉시 저품위 상품을 자율폐기하거나 유통제한·출하시기 조절에 나설 수 있다. 즉, 의무자조금은 해당 농산물의 생산조절, 소비촉진, 연구개발, 품질관리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해당품목의 자생력을 키우고 가격 급락하는 가격 진폭을 완화할 수 있다.

▶모범 사례 속속 결실=의무자조금 결실도 이어진다. 감귤 의무자조금의 경우, 2015년 11월 잦은 강우에 의한 저장성 약화로 출하량이 급증한 감귤에 대해 유통협약을 체결, 2만t을 시장격리해 평년수준 가격을 회복했다. 파프리카도 지난해 7월 물량이 중첩 출하되는 기미가 보이자 선제적으로 1400t을 시장격리에 들어가 가격 안정화를 이끌어냈다.

▶농업 선진국은 100여년전 도입=해외 선진국의 의무자조금 역사는 100년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질랜드 제스프리다. 제스프리는 전 세계 21국에 지사를 두고 마케팅을 하고 있고, 59국에 키위를 수출한다. 우리나라에만 1000억원대를 판다.

2018년 제스프리 키위 소비 확대를 위해 홍보비는 1200억원에 이르고, 고품질 키위를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해 연구개발비는 330억원대 규모다. 2018년 키위 출하 단가는 ㎏당 4.1뉴질랜드달러(3100원)로, 2005년에 비해 95.2%나 상승, 농가 소득은 같은 기간 234%나 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복숭아 자조금도 마찬가지다. 세계적 식품 제조·유통 회사인 돌(Dole), 델몬트(Del Monte) 등에 출하, 농가의 판매 애로를 해소했다. 2016년 복숭아 출하 단가는 t당 616달러(72만원)로 2002년에 비해 112% 상승했다.

이정삼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그간 정부의 수급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의무자조금단체를 중심으로 지자체·정부가 힘을 합쳐 수급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면 국내농산물 산업발전과 농업인의 소득안정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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