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수사 말라더니 “투기엄단”?…秋 ‘지시모순’에 난감한 檢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최근 부동산 투기사범을 엄단하라고 검찰에 지시했지만, 이렇다 할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해놓고 대외적으로는 엄단을 말하는 추 장관의 모순된 지시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29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 형사부는 지난 21일 법무부로부터 ‘부동산 불법 투기 사범 엄정 대응 지시’를 받고 하반기 예정인 검찰개혁안과 충돌하니 다시 검토해 달라고 회신했으나 반려됐다. 대검은 지방자치단체 특별사법경찰 지휘, 송치사건 처리기준 절차 준수, 수사 지휘를 할 수 없는 경찰과는 정보공유를 하라는 정도의 원론적인 지시를 일선 청에 내려보냈을 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별도의 수사팀을 만들지는 않았다.

추 장관의 공개적인 지시에도 불구하고 대검이 소극적인 이유는 검찰의 수사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 검찰청법 시행령이 조만간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불법 투기 범죄가 정형화 돼 있지 않은데다 섣불리 직접 수사에 나섰다가 손을 떼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법무부 추진안대로 시행령이 개정되면 하반기부터는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4급 이상 공직자, 3000만원 이상 뇌물을 받은 부패 범죄, 마약 밀수 범죄 등으로 제한된다.

시행령보다 상위법령인 검찰청법상 직접수사범위보다 더 축소하는 것은 법체계에 맞지 않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개정 검찰청법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범죄, 공무원범죄, 경제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열거하고 있다.

대검은 추 장관의 엄단 지시를 그대로 일선청에 전달하면 현장에서 실무상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법무부에 표명했지만, 법무부는 ‘개정시행령 시행 전이라도 해달라’고 회신했다. 결과적으로 추 장관의 ‘말’만 검찰에 전달된 셈이다. 당초 법무부는 검찰에 투기세력들의 불법행위로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다며 기획부동산 및 부동산 전문 사모펀드 등 금융투기자본의 불법행위, 개발제한구역·농지 무허가 개발행위, 차명거래행위, 불법 부동산 중개행위, 조세 포탈행위 등을 수사하라고 했다.

대검의 한 중간간부는 “법무부 지시는 모순”이라며 “검찰에게 직접 수사를 하지 말라고 하면서 (특정 사안들에 대해서는) 자꾸 단속, 수사하라고 한다. 일선에서 난감해 한다”고 했다. 실제 주무 부서인 법무부 형사기획과는 추 장관의 지시를 검찰에 전달하면서 ‘개정시행령 시행 시기, 내용과 관계에 대해선 검토해보지 않았다’면서도 ‘개정 시행령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수사 범위내에 있으니 그때에 국한해서라도 가능한 범위에서 해보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지난 22일 부동산 불법 투기 범죄에 대한 단속 및 수사, 범죄수익 환수를 검찰에 지시했다. 그는 “최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전문 사모펀드 등 투기세력들의 각종 불법행위로 인해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틀 전인 20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부동산이 투전판처럼 돌아가는 경제를 보고 도박 광풍에 법무부 장관이 팔짱 끼고 있을 수 없다. 침묵하면 도리어 직무유기”라고 쓰기도 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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