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동네병원 발길 준 2분기…하반기도 불안한 제약업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지 7개월째가 되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내 실물경제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올 해 2분기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인 -3.3%를 기록했다. 모든 산업분야가 충격을 받으면서 그동안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기대감에 선방을 해온 제약업계도 2분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2분기 처방실적 감소…의약품 시장 성장 환경에서 ‘이례적’=시장조사 기관 유비케어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원외처방 실적은 3조647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외처방이란 병원에 내원한 환자가 의사로부터 처방을 받아 병원 밖 약국 등에서 구매한 의약품을 말한다. 입원 환자는 병원 안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지만 이 비율은 그다지 많지 않아 실제 의약품 판매 규모를 가늠할 때는 원외처방 실적을 기준으로 삼는다. 즉 원외처방 실적이 감소했다는건 그만큼 약이 팔리지 않아 제약산업이 위축됐다는 의미다.

반면 올해 1분기 원외처방 실적은 3조 70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1분기에는 병원 방문을 꺼린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이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 약들을 장기처방 받으면서 일시적으로 처방액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실질적으로 나타난 2분기에 원외처방 실적이 감소하면서 본격적인 위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 간의 데이터를 보면, 의료기관 처방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월은 7% 상승했다. 반면 3월은 22%, 4월은 36%가 각각 감소했다. 시간이 갈수록 처방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기피현상이 많았던 소아청소년과는 지난 4월 처방건수가 76%, 이비인후과는 63%가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업별로 보면 한미약품이 3277억원으로 상반기 가장 많은 원외처방 실적을 올렸다. 이어서 종근당이 2875억원, 대웅제약이 1870억원 순이었다. 대부분 1분기 처방액은 소폭 상승했지만 2분기 들어 처방액이 줄어드는 공통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의약품 생산실적 규모가 연평균 6.5% 성장하고, 국내 시장 규모가 2014년 19조원에서 2018년 23조원으로 꾸준히 확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외처방 실적이 감소했다는건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조사기관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 성장률 절반 그칠 것”=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환자 감소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코로나19 이후 병원을 찾는 환자수가 최대 46% 급감하면서 제약바이오산업도 최소 10%가 감소해 1조 8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는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성장률이 지난 5년 평균인 8.6%에서 절반 수준인 4.4%에 그치면서 약 8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2분기 처방액 감소라는 실질적인 데이터가 나오자 하반기에도 이런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확산세가 주춤하지만 아직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고 당장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상용화되지 않고 있어 코로나19 상황은 장기화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병원을 찾는 환자는 계속 줄어들고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도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특히 동네의원에서 환자가 큰 폭으로 줄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병원 방문이 제한되면서 제약사들의 영업활동도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성질환 의약품은 그나마 선방하고 있지만 호흡기계통 의약품은 사용이 크게 줄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3분기뿐만 아니라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 실적이 역대 최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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