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억 과징금’ SPC, 2세 지분 몰아주려 이익 빼돌려…검찰 고발 조치

허영인 SPC회장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허영인 SPC 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무리하게 통행세를 거두다 경쟁당국에 적발됐다. 자녀들이 소유한 삼립 기업 가치를 높여 지주사인 파리크라상의 주식과 교환하는 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로부터 부당한 지원을 받은 SPC그룹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한다고 29일 밝혔다. 부당내부거래 사건에선 역대 최대 과징금이다.

아울러 그룹 총수인 허영인 SPC 회장과 조상호 전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법인인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에스피엘(SPL)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SPC그룹 계열사 파리크라상은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 비알코리아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 커피·도넛 브랜드 '던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에스피엘은 파리바게뜨 평택공장과 같은 생산법인을 두고 있다.

SPC는 총수 관여 아래 ㈜SPC삼립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식을 결정하고 7년간 그룹 차원에서 이를 실행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삼립에 총 414억원의 과다한 이익이 제공됐며, 밀가루·액란 등 원재료시장의 상당부분이 봉쇄돼 중소기업의 경쟁 기반 침해가 발생했다.

파리크라상이 소유하고 있는 파리바게뜨. [헤럴드DB]
2세 소유 삼립 가치↑ → '지주회사' 파리크라상 지분 확보 목적

SPC는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을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총수일가 지분이 100%에 달한다. 지분은 허 회장 63.5%, 허 회장의 부인인 이미향 씨 3.6%,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 20.2%, 차남인 허희수 전 부사장 12.7%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높여야 했다. 이때 2세들이 보유한 삼립이 동원했다. 삼립의 주식가치를 높인 후 파리크라상에 현물출자하거나 주식을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높이려고 했다.

허 회장은 그룹 주요회의체인 주간경영회의, 주요 계열사 경영회의 등에 참석해 보고받고 의사결정을 했다. 회의체에서 통행세 발각을 피하기 위해 삼립의 표면적 역할을 만들고, 삼립이 계열사와 비계열사에 판매하는 밀가루의 단가 비교가 어렵도록 내·외부 판매제품을 의도적으로 차별할 것을 지시했다.

삼립, 역할 없이 통행세만 갈취…다른 계열사 지분도 싸게 인수

먼저 SPC는 별다른 역할이 없는 삼립을 두고 381억원에 달하는 통행세를 부당하게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크라상, 에스피엘, 비알코리아는 삼립을 통해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계열사의 제빵 원재료 및 완제품을 구입했다. 이 과정에서 삼립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지만 평균 9%의 마진을 남겼다. 파리크라상 등은 강력분을 740원에 살 수 있었지만 통행세를 거둔 탓에 779원에 사야 했다.

삼립은 싼 값에 계열사 소유 주식 지분을 뺏아오기도 했다. 지난 2012년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밀다원의 주식을 시장가격(주당 404원)보다 훨씬 낮은 255원에 삼립에 팔았다. 주식 매각으로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각각 76억원, 37억원을 손해봤다. 반대로 삼립은 20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또 삼립은 샤니로부터 13억원을 무상으로 지원받기도 했다. 샤니는 당시 시장 점유율 및 인지도 1위를 기록하는 업체였지만 판매망을 정상가격(40억6000만원)보다 낮은 28억5000만원에 삼립에 넘겼다. 또 0.5% 내외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빵을 공급했다. 상표권을 8년간 무상으로 제공해 9700억원의 이득도 안겼다.

그 결과 삼립은 양산빵 시장에서 73%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가 됐고, 수직적 계열화를 내세워 통행세 구조를 확립했다.

민혜영 공정위 공시점검과장은 "대기업집단이 아닌 중견기업집단의 부당 지원행위를 시정해 기업집단의 규모와 무관하게 부당한 내부거래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의지를 보여줬다"며 "향후 거래단계 간소화, 개방도 향상 등으로 소비자나 중소기업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SPC 즉각 반발 "삼립 주요 역할 있었다"

SPC 측은 즉각 반발했다. 삼립은 연구개발(R&D), 마케팅, 가격결정 등과 같은 주요 역할을 했고, 적절한 이윤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수직계열화는 제분 파동, 불량 액란 사건 등을 겪으며 품질 관리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삼립은 코스피 상장회사로 주요 내부거래 공시를 하고 총수 지분도 낮게 유지하고 있어 별다른 이익을 본 게 없다고 역설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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