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안보정보원, 이번엔 국민 품으로?…중정·안기부·국정원 또 개명

박지원 신임 국가정보원장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국내정치 개입 차단, 대공수사권 이관, 민주적 통제 강화를 골자로 한 국정원 개혁 구상을 밝혔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국가정보원이 대외안보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꾼다.

지난 1999년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국정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재출범한지 21년만이다. 1961년 중앙정보부로 출발해 1981년 안기부 개칭, 1999년 국정원 재출범에 이은 네 번째 변신이다. 명칭 변경과 함께 거듭된 변신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국가 중추정보기관의 국내정치 개입 차단 등 개혁도 추진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30일 국정원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 후속과제를 논의한 고위 당정청협의회를 가진 뒤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개혁 조치로는 명칭 변경과 함께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국회 등 외부의 통제 강화, 직원의 정치관여 등 불법행위시 형사처벌 강화 등이 포함됐다.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은 이날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국정원 개혁의 골자는 국내정치 개입 근절과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국회에 의한 민주적 통제 강화”라며 “국정원법 개정 등 신속 추진 방안을 모색해 국민이 믿는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내정치 개입 차단을 실천하고는 있지만 향후 불가역적으로 개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국정원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과 국회의 민주적 통제 강화도 법 개정 절차를 밟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권력기관 개혁은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국민이 부여한 시대적 소명”이라며 “핵심은 견제와 균형을 통해 과거 국민 위에 군림했던 권력기관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국가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혁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국정원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 관련 법률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도 곧바로 필요한 시행령 개정 등 후속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정원의 대외안보정보원 명칭 변경과 개혁 추진은 남북 분단 상황에서 국가 중추정보기관으로서 국정원이 국가안보정책 수립·집행에 있어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기는 했으나 국가안보라는 미명하에 권한을 뛰어넘어 과도한 정치개입을 해왔다는 진단과 반성에서 출발했다. 과거 중정과 안기부가 자리했던 ‘남산’은 음험함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국정원이 자리한 ‘내곡동’ 역시 남산만큼은 아니지만 은밀함의 다른 표현으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 정보기관의 정치개입과 인권탄압 사례는 굵직굵직한 것만 해도 김대중 납치사건과 북풍 총풍 공작, 야당 인사 정치사찰,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세월호 유가족 시찰, 대선 댓글 조작 등 일일이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대외안보정보원 명칭에서 중정이나 안기부, 국정원과 달리 ‘국가’나 ‘중앙’이란 표현이 빠진 것은 이런 악습과 단절하고 대외 정보활동을 통한 국가안보에 매진하겠다는 의지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정청의 이번 결정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제안한 내용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이기도 하다. 국정원 개혁위는 지난 2017년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명칭 변경과 함께 대공수사권 이관, 예산집행의 투명성 제고, 직무 범위 명확화, 내외부 통제 강화, 그리고 위법한 명령에 대한 직원의 거부권 활성화 등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국정원은 개혁위의 권고를 존중한다면서 명칭 변경과 직무 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 삭제, 대공수사권 이관 및 폐지, 예결산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 집행통제심의위 설치 등의 자체 개혁안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국정원은 지난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이 바로 다음 달 설립한 중앙정보부가 모태다.

1981년 국가 안전보장에 중점을 두겠다며 국가안전기획부로 개칭한데 이어 1999년 산업분야를 보강해 국가정보원으로 탈바꿈했다.

shindw@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