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민생 입법 폭주…巨與 ‘위험한 도박’

큰 폭의 세금 인상이 뻔한 법도 일사천리로 통과된다. 전세난에 대한 우려는 아랑곳없다.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위해 수십년간 만들어온 인사청문회도 무시했다. 권력을 견제할 검찰과 감사원 등 사정기관장을 겁박한다. 민생과 민주주의를 ‘판돈’으로 건 거대여당의 ‘위험한 도박’이다. ▶관련기사 4·5·6·18면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소위 임대차 3법을 처리하기로 했다. 야당과 국회 내 입법조사관, 시장 전문가와 현장에서는 전세가격 폭등 및 월세 전환 가속이라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지만 토론도 심사도 거치지 않았다. 이들 법이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는 단 3일이면 충분했다.

찬반 양론이 팽팽한 권력기관 재편 문제도 마찬가지다. 당정 협의회 직후 상임위 개최, 본회의 처리까지 일사천리다. 야당이 “청와대의 하명”이라며 반발하는 이유다.

국민 여론의 악화와 사회 각계의 비판에도 여권 분위기는 기세 등등하다. 아직도 총선 대승의 여운과 176석의 자만감에 빠져있다. 여당 정책위의장을 지내고 최고위원 자리에 도전하는 이원욱 의원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임대차 3법과 관련한 부작용을 묻는 질문에 “31년 전 임대차 기간이 2년으로 연장됐을 때 15~20%의 임대료 상승이 있었다”며 “이번 경우에도 일시적인 인상 효과는 있겠지만, 그 뒤에 전세가는 안정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월세 전환 가속화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계속 있었던 현상들이고, 바꾸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교수는 “쟁점 법안들은 이런 식으로 쭉 갈 가능성도 높다”고 최근 일주일 사이 모습이 21대 국회의 특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식과 민주주의의 훼손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까지 국회는 국회법보다는 여야 합의가 우선이 되는 정치의 공간이었였다”며 “지금은 거대 여당의 독주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날 감사원 업무보고 현장은 대표적인 예다.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원장을 향해 여당 의원들이 군기잡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조만간 있을 탈원전 정책의 상징인 월성원전 1호기 폐쇄에 대한 감사 결과가 여당에 유리하지 않게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자 나온 이상한 풍경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의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임명 강행한 관료는 24명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자기들은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하지만 역대 모든 독재 정부도 국민을 말하고 역사를 들먹였다”고 권력에 취한 여당의 행보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황 평론가는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공수처나 부동산 관련 법들도 결론적으로 증세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며 “시간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독단과 독선에 대한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힘에 의존하는 여당의 일방 정치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민주당의 독주를 어쩔 수 없는 차선책으로 비교적 긍정 평가한 박 평론가도 “과정으로의 여야 협치는 이미 물건너 갔다”며 “이제는 결과 싸움만이 남았다”고 덧붙였다.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하는 야권에 새로운 전략을 주문하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이준한 교수는 “야당도 표결에 불참하고 밖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며 “대체 법안들을 활발하게 제시하고 토론하며 경쟁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정호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