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의 현장에서] ‘박원순 사건’전부터 우려됐던 ‘성희롱 처벌공백’

지난달 말 ‘확진자’에서 변형된 신조어 ‘확찐자’로 부하 직원을 조롱한 상사의 행동이 모욕 또는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김재련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김 변호사는 청주시장 비서실에서 벌어진 해당 사건에 대해 관심을 표하면서도,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연락이 되지 않는 등 바쁜 모습을 보였다. 돌아보니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고소 건으로 한창 바쁠 때였다.

그런데 당시 김 변호사가 특히 강조한 이야기가 있었다. “온라인 메신저나 전화 등을 통한 성희롱은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에 해당하는 반면 직접 대면해서 성희롱을 한 경우 딱히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이에 대한 전면적인 강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오프라인상으로는 대놓고 ‘너랑 자고 싶다’고 해도 처벌할 수가 없다.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정이 있어야 합당하다는 문제의식이 사회 전체에 보편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희롱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면, 이에 대한 방조죄도 물론 성립하지 못한다.

실제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이뤄지지 않은 이상 성적 발언만으로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해도 사업주가 가해자에게 징계, 전보 등 필요한 조치를 내리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되는 수준이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직접적 접촉 없이 “안아달라” 했거나 멍든 무릎에 ‘호~’ 입김을 불어넣었던 것 정도로는 성희롱일지라도 처벌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는 김 변호사가 박 전 시장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의뢰한 것과 맥이 닿아있다. 그는 “직권조사를 요청하면 피해자가 주장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도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개선할 문제를 조사하고 제도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개선이 필요한 여러 가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여성단체들이 요청한 8가지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법적 처벌이 애매한 ‘성차별’과 ‘성희롱’을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띈다. ▷서울시와 관계자들의 성차별적 직원 채용·업무 강요 ▷박 전 시장의 성희롱, 강제추행 등 성적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의 정도 ▷직장 내 성폭력·성희롱 피해에 대한 미흡한 피해 구제 절차 등이다.

물론 이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국선 전담 변호사는 “성희롱에 대해서는 특별한 처벌 규정이 없어 경범죄 처벌법을 적용하거나 민법상 손해배상만 가능한 상황이 많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많아 가이드라인을 정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법으로 정한다면 구성 요건을 객관적이고 엄격하게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성희롱은 어떻게 규정돼야 할까. 국내 1호 성희롱 재판으로 불리는 ‘서울대 우 조교 사건’을 맡아 유죄를 이끌어낸 40대 박원순 변호사의 변론에서 성희롱의 정의를 참고할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여성만의 독특한 경험을 고려하며, 합리적인 여성이 생각하는 바에 따라 위법성의 요소를 판단해야 한다. 호숫가에서 아이들이 장난삼아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성희롱은 빈번히 문제 될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새로운 유형의 불법행위다.”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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