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의 현장에서] 40년 유명 맛집의 배신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즐겨본다. 외식사업가 백종원 씨가 경영난을 겪는 골목식당들을 찾아다니며 컨설팅해주는 내용의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출연하는 식당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우선 음식맛은 좋지만 입지와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손님이 없는 집들이 있다. 반면 음식맛 자체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도 매장관리나 서비스정신은 돋보이지만 음식 솜씨가 부족한 집이 있는가 하면, 간혹 위생 관념부터 서비스마인드까지 모두 엉망인 집도 있다. 시청자 대부분 전자엔 관대하지만 후자엔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음식맛은 배움과 숙달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친절과 청결함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잠깐 몸이 편하려고, 또는 눈앞 이익에 급급해 벌어지는 꼼수와 위법에 사람들은 분노한다. 그것이 믿고 애정이 있던 대상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송추가마골’의 폐기고기 재활용 사태도 같은 맥락에서 수많은 이를 배신감에 떨게 했다. 송추가마골은 1981년 10평 규모 마포갈비로 시작해 수도권 일대에 30여개 점포를 운영하는 규모로 성장한 외식기업이다. ‘갈비명가’로 이름나면서 백화점에 상품이 입점되는가 하면, 문화관광부 선정 대한민국 100대 한식당에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덕정점에서 폐기처분해야 할 고기를 소주에 헹궈 판매해온 사실이 최근 적발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를 폭로한 직원이 근무 당시 ‘이런 고기를 어떻게 파냐’고 항의하자 점장이 ‘안 팔면 어떻게 하냐, 버리냐’고 반문했다는 제보 내용은 보고도 믿기 어려웠다. 손님의 건강은 물론 신뢰를 지키는 일보다 재고를 처리해 손실을 줄이는 일이 우선시됐던 것이다. 더 황당한 건 본사도 이 문제를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송추가마골은 전 매장 직영점으로 매장관리자 역시 본사 직원이라는 점에서 프랜차이즈의 ‘일부 가맹점 일탈’과는 다른 문제다. 게다가 제보자는 본사 임원에게도 오래된 고기 재활용 문제를 제기하고, 회사 대표에게도 이를 서신으로 알렸지만 아무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매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본사가 인지하고 있는데도 묵인, 방조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본사가 발 빠르게 덕정점을 폐점 처리했지만 대중의 분노는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송추가마골 다른 지점에도 발길이 뜸해졌다. 신뢰는 쌓이긴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유명 맛집의 ‘배신’은 가게를 믿고 이용해온 손님들에게만 충격을 준 건 아니다. 수많은 외식업 종사자에게도 상처를 입혔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로 외식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외식매장의 식자재 관리 등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양념된 고기 먹기 꺼려진다’ ‘유난히 끈적한 소스에 재워진 고기를 먹었는데 괜히 찝찝한 생각이 든다’ 등의 반응을 볼 수 있었다. 송추가마골에 대한 ‘과태료 30만원’ 처분이 지나치게 가벼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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