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안 받아”…은행들이 독해졌다

“이자 더 줄 바에야, 정기예금 안 받겠다” (은행들)

“이 정도 이자면 차라리 딴 데 굴리겠다”(고객들)

올 상반기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정기예금 잔액은 517조원으로, 작년 말보다 2.2% 가량 줄었다. 정기예금은 전통적으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핵심 통로다. 통상 잔액이 꾸준히 늘어나던 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작년까지 원화 예수금계정의 47~48%를 차지하던 정기예금은 올해 상반기에 40%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1조7000억원 늘어난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올해 6개월 사이 정기예금 규모가 줄었다. 신한은행(-4.5%)의 감소폭이 가장 크고 우리은행(-3.8%), 하나은행(-2.3%)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행이 상반기에만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내리면서 예금·대출 금리도 덩달아 떨어졌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올해 1월 1.53%에서 5월 1.07%로 떨어졌다. 하반기에는 1%를 밑돌 가능성도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정기예금 금리가 떨어지면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대출금리 역시 크게 떨어져 순이자스프레드(NIS), 즉 예대마진 폭이 줄어든다. 6월 말 기준 4대은행의 평균 NIS는 1.54%로 1년 전(1.71%)보다 더 떨어졌다. 수익 압박을 받으면서까지 은행들이 굳이 정기예금에 메달릴 필요도 없다. 차라리 정기예금보다 아자가 낮은 저원가성예금(수시입출금계좌·단기저축성예금)을 확대하는 게 유리하다. 심지어 은행채를 발행하는 게 정기예금보다 조달비용이 더 낮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 은행권은 정기예금 특판을 줄이고 우대금리 적용에도 제한을 뒀다.

고객입장에서도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둘 자금을 환매조건부채권(RP)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통장 등에 맡기는 게 더 낫다. RP금리는 5월 기준 1.21%로, 정기예금 금리를 웃돈다. 보통 만기가 1년 이상인 정기예금은 중도 해지할 경우 비용이 들지만, 단기나 수시입출금식 상품은 기회비용 없이 자금 인출이 가능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히 법인고객들이 대출로 확보한 유동성이나 기존 자금을 단기저축성예금(MMDA)에 예치해 두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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