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통화서 ‘망신’ 당한 韓…외교관 성추행 의혹에 “사실 입각해 조치” 되풀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통화에서 직접 언급하며 논란이 된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외교부가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외교부는 뉴질랜드 사법 당국의 요청이 온다면 협조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협조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3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추행 의혹을 받는 현직 외교관 A씨에 대해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조사계획이나 뉴질랜드 사법 당국과의 협조 여부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관계자는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범죄인인도요청 등은 뉴질랜드 경찰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안다. 아직 현지 경찰이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우리 정부는 이전부터 소통을 통해 협조할 용의가 있음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현재 뉴질랜드 경찰은 A씨가 지난 2017년 뉴질랜드 근무 당시 뉴질랜드 국적 직원의 민감한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징역 7년형에 처할 수 있는 성추행 범죄를 3차례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그러나 현지 경찰의 수사 전 A씨가 다른 국가로 근무지를 옮기며 현재까지 피의자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과거 A씨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여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뉴질랜드 현지 언론은 한국 정부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A씨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했고, 뉴질랜드 내에서는 총리까지 나서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뉴질랜드 경찰이 요구하는 사건 당시 공관 내부 CCTV 영상에 대해 우리 정부는 외교상 관계를 들어 “공관 내 영상 자료를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현재 다른 국가에서 총영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A씨가 자발적으로 뉴질랜드 경찰의 조사를 받지 않는 이상 A씨를 강제로 뉴질랜드로 보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범죄인인도요청의 경우, 국내에서도 법적 절차를 거쳐 사법부가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인 만큼 A씨의 조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외교부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에 기반을 둔 해결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 확인이 문제해결의 시작점이 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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