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밖 ‘호텔 셰프’…맛객을 맞는 그곳

호텔에 가지 않아도 도심 한복판에서 특급 호텔의 음식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외부 레스토랑이 늘고 있다. 브런치 맛집으로 꼽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생활관 9층에 위치한 자주 테이블은 30~4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신세계조선호텔 제공]

서울 서초구 일대의 ‘브런치 맛집’으로, 30~40대 여성들의 성지로 꼽히는 자주 테이블은 오전 11시 30분부터 북적이기 시작한다. 점심시간이 임박하면 ‘웨이팅’은 필수. 테이블은 삼삼오오 모임을 가지거나, 어린 자녀와 함께 여유로운 점심을 즐기는 테이블이 많다. 이 공간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50~60대 중년 여성들부터 20대의 젊은 연인도 찾고, 30~40대 여성들은 종종 눈에 띈다. 자주테이블의 위치는 다소 특별한 편이다. 이곳에서 처음 약속을 잡은 사람들은 너나없이 “한참을 헤맸다”고 말한다. 레스토랑이 위치한 곳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생활관 9층. 신세계백화점의 식당가가 10층에 위치한 것과 달리 덜렁 9층으로 내려왔다. 자주 테이블은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지난 2016년 3월 오픈, 지금도 ‘핫’한 레스토랑으로 인기가 높다.

‘맛집’들이 호텔을 뛰쳐나왔다. 굳이 호텔에 가지 않아도 도심 한복판에서 특급 호텔의 음식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특급 호텔들이 외부에 브랜드 이름을 건 레스토랑을 선보이며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자주 테이블도 그 중 하나다. 자주 테이블은 입구에서부터 ‘젠틀’한 지배인이 ‘고객’을 맞는다. 오랜 시간 몸에 익은 부드러운 말투와 매너를 보여주는 박준영 지배인은 빈틈 없이 들어차 북적이는 레스토랑에서도 본연의 품위를 잃지 않는다. 신세계조선호텔에 따르면 자주 테이블은 호텔에서 경력을 쌓은 박준영 지배인과 이근영 주방장이 특급호텔과 같은 서비스와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자주 테이블은 국내 최초 체험형 레스토랑이라는 콘셉트로 오픈했다. 레스토랑이 식당가가 아닌 생활관에 자리잡은 이유다. 9층의 식기 매장들을 가로질러야 찾을 수 있는 자주 테이블에선 신세계백화점 생활관 9층에서 판매 중인 식기류에 음식을 제공한다. 이 곳에서 사용하는 글래스웨어, 차이나웨어, 실버웨어 등 80여종의 식기류는 백화점 생활관 내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다. 자주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면, 식기류를 구입 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기존 레스토랑과의 차별점이다. 또 식사를 하다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백화점에서 바로 구입이 가능하다.

이색적인 체험이 더해지니 고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신세계조선호텔에 따르면 자주 테이블에서 선보인 IVV 헐리우드 스파클링 와인잔과 로스트란드 VBC 까사 레이스(VBC Casa Lace) 접시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완판되는 인기를 누렸다.

박준영 자주 테이블 지배인은 “기존 레스토랑과는 차별화된 체험형 레스토랑이라는 점에서 고객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선사하고 있다”며 “자주 테이블은 다양한 식기들을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백화점은 기존 판매 형태를 벗어나 고객이 직접 체험 후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호텔과 백화점 간의 협업은 윈윈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주 테이블에서 선보이는 음식들은 호텔의 퀄리티는 살리면서도, 메뉴 구성은 호텔의 담장을 무너뜨렸다. 모던 캐주얼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표방하는 이곳에선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고, 식재료와 요리 본연의 맛에 집중한다. ‘헬시 샐러드’부터 전통적인 서양식 메뉴 ‘레트로 키친’, 파스타, 브런치, 디저트 등의 다양한 메뉴가 있다.

자주 테이블의 대표 메뉴는 리코타 홈메이드 팬케이크다. 리코타 홈메이드 팬케이크는 리코타 치즈를 품은 폭신한 팬케이크다. 바나나와 메이플 시럽, 바닐라 빈을 넣은 숙성 버터를 곁들였다.

또 트러플 향이 가득한 딸리아딸레 파스타, 수프, 프렌치 토스트는 물론 떡볶이까지 선보이며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떡볶이의 경우 단골 고객의 요청에 의해 메뉴로 만들어졌다”며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고객의 니즈를 충족 시키기 위한 계속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에 주 사업장을 둔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는 서울로 올라와 다양한 레스토랑으로 고객과 만나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서울 종로구의 센트로폴리스 건물에 뉴 아메리칸 레스토랑 ‘마이클 바이 해비치’를 오픈한데 이어, 지난 5월에는 마이클의 바로 옆 자리에 중식당 ‘중심’과 한식당 ‘수운’을 동시에 오픈했다. 두 레스토랑의 주요 고객들은 인근의 직장인들이다. 이들 레스토랑은 많은 회사들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 덕에 직장인들의 미팅과 회식 장소로도 인기가 좋다.

마이클 바이 해비치는 ‘뉴 아메리칸 퀴진’을 콘셉트로, 해비치의 식음료 개발노하우가 담긴 자유롭고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의 미식 문화를 흡수해 아메리칸 스타일로 재창조하는 ‘뉴 아메리칸 퀴진’을 콘셉트로 한 레스토랑답게 여러 나라의 대표 음식들이 새롭게 재해석되어 테이블에 오른다.

대표 메뉴로는 뉴올리언스의 소울 푸드라 불리는 ‘검보’와 스페인 갈라시아 지방의 문어 요리에서 영감을 받은 ‘문어 감자’가 있다.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에 따르면 문어 감자는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다. 문어를 삶은 뒤 겉을 바삭하게 튀겨내 매시드 포테이토 위에 올린 요리로, 반건조 소시지인 초리조와 훈제 파프리카를 더해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한식당 ‘수운’은 조선시대 조리서 ‘수운잡방’을 모티브로 품격 있는 반가 음식을 정갈하고 세련된 표현법으로 재해석해 내놓는다. 약과 음식의 근원은 같다는 ‘약식동원’ 사상을 기반으로 제철 식재료 중에서도 좀 더 진귀한 재료를 선별한다. 수운 관계자는 “맛과 효능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 수운만의 기품 있는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 메뉴로는 육회 비빔밥과 들기름 막국수가. 육회 비빔밥은 고추장 대신 간장 소스로 비벼 원재료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헛제삿밥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고소한 들기름의 향미와 메밀이 조화를 이룬 들기름 막국수는 여름 별미로 인기가 높다. 셰프 추천 메뉴로는 삼계탕이 꼽힌다. 수운의 삼계탕은 다량의 잣이 들어가 걸쭉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되었을 정도로 예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은 홍천 잣이 아낌없이 들어가 맛과 영양을 모두 충족시킨다.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많은 잠재 고객들에게 해비치 브랜드를 선보이고자 서울에 해비치의 경쟁력을 담은 첫 레스토랑으로 마이클 바이 해비치를 오픈했는데, 뛰어난 맛과 수준 높은 서비스로 성공적인 안착을 이루며 새로운 레스토랑들도 자신감 있게 선보일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며, “각기 다른 종목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해비치 브랜드를 다채롭게 선보이는 것은 물론, 고객과 소통하며 새로운 니즈나 트렌드를 발빠르게 파악해 고객 만족을 높여갈 예정이다” 라고 밝혔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63빌딩에 ‘63뷔페 파빌리온’을 운영하고 있다. ‘레스토랑 인 뷔페(Restaurant in Buffet)’를 콘셉트로 각 키친 별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수준의 프리미엄 라이브 메뉴와 선택 메뉴를 고객 테이블까지 직접 서비스하는 에볼루토(Evoluto) 서비스를 자랑한다. 통참치와 북경오리를 즉석에서 카빙하고, 화덕에서 직접 피자를 굽는 등 라이브 스테이션을 강화했다.

또한, 셰프들이 직접 만든 양념에 제철 식재료로 조리된 한식 코너와 산지에서 직송하는 신선한 해산물을 제공하는 일식 코너를 강화했으며, 즉석 이유식과 유기농 치즈, 쿠키 등을 제공하는 키즈 코너를 마련해 가족 고객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도 강화했다.

호텔업계가 외부 레스토랑까지 운영하며 ‘호텔의 담장’을 넘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호텔 브랜드를 짊어진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한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의 브랜드를 내건 레스토랑인 만큼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으로 뛰어난 품질, 맛과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뛰어난 맛과 서비스를 보장한다면 보다 많은 대중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부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호텔 내 레스토랑보다는 유연하게 새로운 메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호텔들이 외부 레스토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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