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계약 끝나고 10년 넘었더라도 임차인 계속 거주했다면 보증금 돌려줘야”

임대차 계약 종료 후 10년이 넘었더라도, 임차인이 건물에 그대로 머무르고 있다면 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민법상 일반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되는데, 임차인이 건물을 점유하는 동안은 시효가 중단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임차인 배모씨가 집주인 이모씨를 상대로 낸 임대보증금 반환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임차인이 그대로 거주하고 있다면 계약 만료 후 10년이 지났더라도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법은 임대차 기간이 끝난 뒤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가 그대로 존속되는 것으로 보는 규정을 두고 있다.

재판부는 “이 규정은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후에도 목적물을 점유해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하고 있는데도 보증금 반환채권이 시효로 소멸한다고 본다면, 임차인은 건물 반환의무를 그대로 부담하면서 보증금반환채권만 상실하게 돼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배씨는 1998년 이씨가 소유한 서울시 종로구의 다가구용 단독주택을 보증금 3000만원에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년이었다. 계약 기간이 끝난 뒤 배씨는 보증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씨는 돈을 주지 않았다.

배씨는 이씨가 돈을 주지 않는 동안 임차한 주택에 계속 머물렀다. 그러던 중 이씨는 2014년 김모씨에게 이 집을 팔았고, 배씨를 상대로 퇴거를 요구했다. 이씨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지 10년이 넘은 시점인 2010년경에 배씨의 보증금 채권이 시효 만료로 소멸됐다고 주장하며 돈을 주지 않았고, 배씨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이씨가 배씨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집주인의 손을 들어줬다. 좌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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