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해양산성화, 해양생물 멸종위협 부른다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물에 잘 녹는 이산화탄소가 해양으로 녹아들면서 해양산성화가 진행되고 있다. 해양산성화는 해양에 이산화탄소가 녹아, 해수의 산성도가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해양의 산성도는 산업혁명 이후 기간동안 약 30%가 증가했으며, 이는 과거 산성화보다 약 100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해양산성화는 생물다양성, 먹이사슬, 수산자원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탄산칼슘으로 껍질이나 골격을 이루는 해양생물에는 치명적이다. 성게, 조개 등 패류나 게, 바닷가재와 같은 갑각류는 탄산칼슘으로 단단한 껍질을 만들고, 자신을 외부환경으로부터 보호한다. 하지만 바다에 이산화탄소 유입이 증가하면서 수소이온 농도가 높아지고, 바닷물 중화를 위해 탄산염이 사용되면서, 탄산칼슘 형성에 필수적인 탄산염농도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해양산성화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는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에서는 지구 환경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 발전목표를 선정했는데, 해양산성화를 최소 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지표로 삼았다.

우리나라도 해양산성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2011년부터 해양산성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KIOST는 해양수산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일환으로 남태평양 소도서국이 스스로 해양산성화를 관측하고 추적할 수 있도록 기술을 이전하고, 장비 활용법 등 노하우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는 산호초를 기반으로 수산업과 관광업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동해의 방해석(Calcite) 포화수심은 산업혁명 이후 해양산성화로 인해서 500~700m 상승, 현재 수심 1000m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포화수심이 얕아진다는 것은 탄산칼슘을 골격으로 하는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수심이 점점 얕아져, 서식 범위가 좁아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해양산성화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는 것이다.

KIOST 연구진은 우리 해역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광양만 일대 해수에서 여름철에 탄산칼슘의 결정체인 아라고나이트(aragonite) 불포화 상태인 것을 확인했다. 강수량이 높은 여름철 섬진강에서 다량의 강물이 유입, 해양산성화가 심각히 우려되는 수준인 아라고나이트 불포화가 나타난 것이다. 반대로 해양산성화가 우려되는 지역이었던 낙동강 하구해역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산성화가 바다에 미치는 심각성에 비해 관련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데이터 확보다. 조사하고자 하는 해역에서 최소 3년 이상 아라고나이트 포화도 데이터를 확보해 해양산성화를 예측한다. 이를 바탕으로 산성화가 진행되고 있는 해역의 해양생태계의 종조성 파악과 해양생물에 미칠 영향 등을 파악해야 한다. 해양산성화의 원인은 인간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먹이사슬이 파괴되고 산성화에 민감한 종은 멸종되고 말 것이다.

김동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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