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M] “가장 힘들었던 6개월”…유럽은행들 역대급 충당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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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코로나19 충격파에 대응하고자 ‘역대급’ 충당금을 쌓았다. 국내 금융지주들의 충당금을 뛰어넘는 규모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바클레이즈, 도이치방크, 방코산탄데르가 예년의 최고 4배에 달하는 신용손실충당금을 적립했다.

영국의 바클레이즈는 2분기 17억9000만유로(약 2조5000억원)를 신용 손실을 대비한 충당금으로 인식했다. 이 은행은 1분기에 미리 잡아둔 충당금(23억4000만유로)까지 감안한 상반기 충당금 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의 4배에 달한다.

독일 도이치방크는 7억6000만유로(약 1조693억원)를 잠재적 여신 부실에 대비해 따로 떼어놨다. 1분기 충당금(5억유로)까지 따지면 올 상반기에만 1조8000억원 가량을 부실 대비 목적으로 쌓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억유로(약 4200억원)의 4배가 넘는다.

스페인에 본사를 둔 방코산탄데르는 두 은행보다 충당금 규모가 더 크다. 이 은행은 무려 31억2000만유로(약 4조3800억원)를 적립했다. 그나마 1분기 중 충당금(39억1000만유로)보다는 20% 가량 줄어든 것이다.

이 은행은 유럽과 남미, 미국까지 진출해 대출영업을 벌여왔다. 전체 충당금 요인의 절반 가까이는 영국 사업에서 비롯됐다. 미국과 폴란드 사업에서도 여신 부실 우려가 커진 상태다. 충당금은 일회성 요인이어서 유동성과 자본 비율에는 영향을 주진 않는다. 다만 워낙 대규모 충당금을 인식한 까닭에 이 은행은 2분기에 111억유로(15조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유럽 은행들은 하반기 영업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아나 보틴(Ana Botin) 방코산탄데르 회장은 “지난 6개월은 우리의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면서도 “우리의 영업 기반은 여전히 튼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유럽 경제에 미친 영향은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가 정부는 기업에 일자리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런 프로그램은 올해 말까지 운영되는데 보조금 정책이 종료되면 실업자가 쏟아지면서 대출 건전성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수 있다.

뉴욕증시에서 유럽 은행들의 주가는 일제히 떨어졌다. 바클레이는 전날보다 4.34% 하락했고, 도이치방크(-2.43%), 방코산탄데르(-1.65%)도 떨어졌다. 특히 바클레이와 방코산탄데르 주가는 연초와 견줘 각각 43.5%, 44.9% 줄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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