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직권조사 결정 직후 ‘포렌식 중단’…김재련 “피해자 기억, 정지되지 않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 촉구 요청서를 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주소현 기자] “‘피해자의 기억’은 정지되지 않을 것입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는 지난 3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같은 날 경찰은 법원의 디지털 포렌식 절차 중단 주문에 현재 진행 중이던 포렌식 절차를 중지했다.

31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현재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와 관련한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중단한 상태다. 서울지방경찰청 ‘박원순 사건 수사 태스크포스(TF)’는 지난 30일 “유족 측 변호사가 ‘포렌식 절차에 대한 준항고 및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했다”며 “경찰은 진행 중이던 포렌식 절차를 중지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북부지법이 내린 “휴대전화의 디지털 정보 추출과 관련된 장례의 일체 처분은 준항고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그 집행을 정지하라”는 결정에 따른 조치다.

지난 24일 박 전 시장의 유족 측은 법원에 휴대폰 압수수색에 대한 준항고와 함께 포렌식 절차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준항고란 법관의 재판 또는 검사의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규명할 ‘스모킹 건(직접적 증거)’으로 꼽히는 휴대전화에 대한 수사가 중단되면서 향후 경찰 수사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는 그의 사망 경위와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묵인 등의 의혹을 규명할 핵심 증거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휴대전화는 봉인된 상태로 경찰청에 보관 중이며, 향후 법원의 준항고 결정이 있을 때까지 현재 상태로 보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의혹과 관련한 직권조사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박 전 시장의 의혹과 관련한 진실 규명은 ‘투트랙’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인권위는 지난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상임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직권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별도의 직권조사팀을 꾸려 조사에 나선다. 이번 조사에서 인권위는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희롱 등 행위 ▷서울시 측의 성희롱 등 피해에 대한 묵인·방조와 그것이 가능했던 구조 ▷성희롱 등 사안과 관련한 제도 전반 등에 대한 조사와 개선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선출직 공무원에 의한 성희롱 사건 처리 절차 등도 살필 예정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어제 발표한 내용은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실시한다는 것과 조사 범주에 대한 큰 틀로서의 설명”이라며 “구체적인 조사 내용이나 범위는 진행을 해 봐야 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 쪽에서 요청한 목록을 포함해 모두 포괄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며 “수사기관과 별도로 인권위 차원에서 따로 조사할 수 있는 범위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8일 김 변호사를 비롯한 A씨 측 관계자들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입증하는 증거 자료와 함께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의혹, 고소 사실 누설 등 8가지 사안에 대해 진상 규명과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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