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정원확대’로 심화되는 의대 쏠림…코로나 학번들, 무더기 반수 예고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당정협의’가 열린 지난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가 “문제는 인원이 아니라 배치다” 현수막을 들고 증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오른쪽 네 번째가 최대집 의협 회장.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의학 분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감염병으로 급격히 바뀐 사회 모습이 학생들의 진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으로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노려볼 만 하다”고 생각하면서, 반수생 등 ‘n수생’의 의대 쏠림 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입시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특히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는 21학번 신입생이 될 고3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공부를 못 했다고 생각하고 대거 의대 진학을 위한 반수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31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입시 상담을 한 결과 고교 3학년뿐 아니라 1·2학년 학생들의 의대 지망이 늘었다”며 “유례없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생들이 질병, 감염병, 공공의료 분야에 관심이 커지면서, 진로 고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가 2022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확대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반수·n수생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3일 발표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의대 입학 정원인 2977명에서 약 13.4%가 늘어난다. 이에 더해 약대가 학부 선발로 정원 내 1583명을 선발하게 되면서 의·치·한의대, 수의예과, 약대 등 의약학 계열 전문 학과의 총 선발규모는 기존 4828명에서 6811명으로 1983명이 증가하게 된다.

임 대표는 “자연계 최상위권 모집정원이 큰 폭으로 늘고 커트라인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기대에 못 미친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했던 학생들과 재수를 결정하는 이과 학생들이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한 지 일주일가량이 지난 이날 학부모들과 학생들도 의대 정원 확대는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반수생, n수생 등 졸업생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서초고 2학년 정세미(17)양은 “얼마 전까지 진로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공부를 하다가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의료인들의 헌신과 사명감을 보고 의대 진학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그는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처음에는 찬성했지만 커트라인에 맞춰 의대를 노려보는 학생들이 늘 것 같다”고 우려했다.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2학년 박소영(17)양도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으로서 의대 정원을 늘린다는 소식은 정말 반갑다. 의사가 되고 싶은 많은 학생들의 꿈을 이룰 수 있어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만큼 많은 지원자들이 몰려 합격이 어렵지도 않을까 걱정도 된다. 특히 2021학년도에 수능을 치른 반수생들이 (의대 지원에)몰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재수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54)씨 역시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장래 희망이 의사이기 때문에 재수를 하면서 의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의대 정원 확대는 반기는 편”이라고 했다. 이어 “그라나 우리나라 입시에서 의대는 직업 정신을 보는 것이 아닌 성적 맞춰 들어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의식을 해결하지 않고는 반수생·지원자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학생·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해 반수를 한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이후 24일 한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서울대 농대 3학년인데 이번에 의대생 정원 확대 발표가 나와 다시 의대 입시를 준비하려고 한다. 대기업에는 충분히 입사할 수 있지만 의사라는 직업에 비교할 수가 없다’는 글이 올라와 눈길으 끌기도 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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