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시장 권한대행

1000만 서울시의 시장 권한대행체제가 예기치 않은 일로 예기치 않은 시점에 시작됐다. 1995년 서울시장의 민선 이후 시장선거에 재출마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면서 생기는 대행체제를 제외하고 시장의 사퇴 등 궐위로 인한 대행체제가 벌써 세 번째이다. 첫 번째 대행체제는 당시 조순 시장이 대권의 꿈을 안고 민선 2년이 조금 넘은 1997년 사퇴함에 따라 이뤄졌다. 두 번째는 20011년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의 주민투표 무산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함에 따라, 그리고 이번 대행체제가 세 번째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 사퇴에 따른 대행체제는 두 달 정도에 불과해 특별한 의미가 없다. 하지만 첫 번째와 이번 세 번째 대행체제는 9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서울시의 행정을 총괄하는 시장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다르다.

첫 번째 권한대행 시절 난 예산업무를 담당하는 실무 팀장이었다. 당시 권한대행은 처음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으로서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시작했다. 나는 권한대행이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의 재원 확보와 관련한 보고에 여러 차례 배석했다. 당시 1998년 예산편성시까지만 하더라도 재원이 풍족해 시장이 하고 싶은 사업은 대부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7년 말 발생한 IMF 경제위기로 인해 1998년부터 수입이 급감해 재원에 대한 걱정이 많아지는 시점이었는데, 권한대행은 여유재원이 없다는 보고를 하는 경우 상당히 화를 냈다. 당시 예산담당 국장은 꿋꿋하게 여유재원이 없다는 보고를 했고 결국 권한대행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IMF 구제금융이라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서울시의 대책을 준비해야 하는 역할이 아닌 선출직 시장과 같은 업적을 남기는 권한대행으로 남고자 하는 욕심이 없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었던 기억이 남는다.

이제 첫 번째 권한대행과 거의 같은 기간의 권한대행체제가 시작됐다.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과 현상유지적인 업무만을 할 수 있다는 소극적인 입장이 있다. 지방자치법의 규정을 보면 부시장이 직무를 대행한다고 하면서, 권한을 대행하는 부시장은 “법령과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나 규칙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를 처리한다”고 하고 있다. 규정상 특별한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출된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한계는 불가피할 것이다.

문제는 그 한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이번 권한대행은 이 한계를 좀 더 줄여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현 서울시의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첫 번째 권한대행시절 IMF 경제위기라는 엄중한 시점이었듯이, 지금 서울시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가 있고 부동산문제, 수도 이전문제 등 중요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권한대행의 9개월이 현상유지만 하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다. 서울시의 산적한 과제들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준비해 다음 시장이 준비된 시정을 할 수 있도록 권한대행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공무원을 비롯, 시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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