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한국교육개발원 부지에 “임대주택 안돼, 청년분양주택을…”

한국교육개발원 이전부지 위치. [서초구 제공]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서초구(구청장 조은희)가 우면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한국교육개발원 부지에 임대주택을 짓겠다며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가 구청에 제출한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퇴짜 놨다.

미래 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는 훼손하지 말아야하며, 4년 전 부지 처분 계획을 그린벨트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번번히 반대해 온 서울시의 정책 일관성과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초구는 SH공사가 지난 15일 제출한 한국교육개발원 부지(우면동 92-6번지) 일대 토지거래 허가 신청에 대해 29일 불허가 통보를 했다고 30일 밝혔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청장은 신청 접수 후 15일 이내에 처리해야한다.

서초구에 따르면 SH공사는 이 부지를 매입해 기존 건축물(1만4855㎡)은 리모델링 해 노인복지주택(98가구)으로 활용하고, 그린벨트가 아닌 주차장 부지(약 7700㎡)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시켜 7층 높이의 행복주택(246가구) 등 총 344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으로 토지거래허가 신청서를 냈다.

해당 부지는 도시계획 상 약 78% 정도가 그린벨트에 해당한다. 그린벨트 일부분에 콘크리트 건축물이 44년 간 입지했고, 한국교육개발원이 2017년 충북 진천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사용했으며 현재는 3년째 비어있다.

부지 소유자인 한국교육개발원은 4년 전인 2016년 기업형 임대주택공급촉진지구로 지정하려는 민간에게 종전 부동산을 881억원에 매각하려 했으나, 서울시로부터 개발제한구역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허가받지 못해 계약이 무산됐다. 이후 2017년 5차례(827억 원), 2018년 10차례(748억 원), 2019년에 3차례(680억 원) 유찰된 바 있다.

서초구는 “4년전 서울시가 민간에게는 임대주택사업을 불허하면서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에 노인복지주택과 임대주택을 허용하는 것은 개발제한구역을 보존하는 서울시의 일관된 정책방향에도 부합되지 않다”고 불허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법적으로 그린벨트 내 토지거래허가를 받으려면 ‘자기의 거주용 주택용지로 이용’하는 등 실수요성이 충족돼야하는 점, 그린벨트 내 ‘신축이 금지된 건축물’은 노유자시설로 용도 변경이 가능하지만, 노인복지주택은 노유자시설이 아닌 점 등을 불허 이유로 들었다. 노유자시설은 사회복지시설이나 근로복지시설로 공동주택은 제외된다. SH공사의 리모델링 계획이 사실상 신축에 해당하는 새로운 주거시설이란 게 구의 판단이다.

서초구는 나아가 해당 부지 활용 방안으로 ‘청년분양주택’을 제시했다. 제1종 일반주거지를 준주거지역(용적률 400%)까지 훌쩍 높여 임대 주택(100가구)과 청년분양주택(400가구)을 공급하는 제안이다. 청년·신혼부부 실수요자에게 몇년 살고 떠나야하는 임대주택이 아닌 분양가의 20~30%를 선납하면 소유권을 인정하고, 나머지 금액은 저리의 주택모기지를 활용해 30년 간 상환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문제가 된다면 주택을 매각할 때 거주기간, 자녀 수 등을 기준으로 시세차익 일부를 국고로 환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구는 설명했다.

서초구의 제안대로 이 부지에 청년분양주택을 공급하면, 청년 실수요자는 전용 면적 49㎡를 국토부 실거래가 약 8억7000만 원 가운데 초기에 1억4000만 원(20%)~2억1000만 원(30%)만 내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구는 추가로 더 많은 주거공급이 필요하다면 인근 우면택지지구(현행 용적률 216%, 2025년 재건축 도래) 등 재건축 단지도 용도 지역을 준주거로 상향해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정부도 개발제한구역 보존 의지가 확실한 만큼 공공이 오랫동안 훼손하여 사용한 종전 부동산인 한국교육개발원 부지의 개발제한구역 부분도 원상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당장 원상회복이 어렵다면 지역주민들을 위한 기반시설로 활용하다가 점진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조 구청장은 이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청년분양주택을 저렴하게 많이 공급하여, 젊은이들이 세입자가 아니라 내집 주인이 되게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젊은이들이 주거 유목민으로 이리저리 방황하지 않고 미래의 희망세대로 거듭날 수 있는 새로운 정책대안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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