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vs 11월… 금호-현산-산은 ‘아시아나’ 동상이몽

[사진=정몽규 HDC현산 회장]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4개월간 침묵 속에서 표류하다 분수령을 맞을 태세다. 매각자인 금호산업이 8월 당장 가부간의 결론을 내자고 압박하는 반면, 예비인수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은 11월까지 시간을 더 끌어보겠다는 속내다.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내놓을 방침이다.

▶금호 “국유화는 최악”… 현산 압박= 금호와 현산은 7월30일에도 아시아나항공을 놓고 논박을 벌였다. 금호는 언론에 입장문을 보내 ‘현산이 계약을 종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겠다’며 “예정대로 일정에 따라 거래종결이 이뤄지도록 한다면 협상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금호가 제시한 거래종결 시한은 8월12일이다.

금호 입장에서는 매각이 무산돼 채권단 관리(국유화)로 넘어가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아시아나항공 지분(구주)을 현산에 매각하고 그 대금 3228억원으로 그룹을 재건하려 했던 계획이 틀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의 최대주주인 금호고속의 지분을 바탕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금호고속은 금호산업 지분 45%를 비롯해 보유자산 대부분이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혀 있으며, 코로나19로 경영 사정마저 악화된 상태다. 이에 구주 매각대금으로 금호고속의 빚을 갚고 그룹을 다시 세우려했는데 아시아나가 국유화가 될 경우 이같은 그룹 재건 계획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또 채권단 관리로 넘어가면 대주주에게 감자 요구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럴 경우 보유 지분은 더 낮아지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하는 제3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어떻게든 현산을 설득하는 것이 최상이다.

이에 금호는 현산을 압박함으로써 4개월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현산의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계약 해제’를 거론했지만, 실제 속내는 ‘계약을 마무리지어 달라’는 요청이라는 것이다.

▶현산 “코로나 장기화되는데…” 침묵 및 시간끌기 전략 = 상황이 다급한 금호와 달리 현산은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 코로나19로 항공업황이 악화돼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끌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전략이다. 현산은 이미 지난 4월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을 미루는 것을 시작으로 4개월간 계약 완료를 미뤄왔다. 거래에 대해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채권단과의 만남이나 협상도 거부하며 ‘침묵 전술’로 일관했다.

현산이 최근 금호에 ‘12주간 재실사를 하자’고 요구한 것이 석 달간 시간을 더 끌어보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계약이 유효한 최대 시한인 12월27일까지 어떻게해서든 계약을 위해 노력했다는 정황은 추후 계약 무산시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 현산은 7월24일에 이어 30일에도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함으로써 우리나라 항공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산은, 재실사해도 12주 다 주지는 않을 것 = 산은 등 채권단은 현산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현산이 구체적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고 만나는 것도 거부하면서 말로만 ‘협상하자’고만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래가 무산돼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 하에 두는 것은 산은으로서도 부담이 되는 일이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국유화는 모든 가능성이 사라졌을 때 쓰는 최후의 카드”라며 협상의 불씨를 살려볼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산은은 조만간 현산을 만나 인수 의지 등을 확인하고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다만 재실사를 수용하더라도 기간은 현산이 요구한 12주보다는 짧게 할 것으로 관측된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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