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등장한 노사정 합의, 이번에도 위기 극복 계기될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사정 협약식 서명을 마친 노사정 주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문 대통령, 손경식 경총 회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노사정 대타협은 과거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 두 차례 있었다. 경제 위기 때마다 위기 극복 수단으로 등장한 셈이다. 서로 고통을 분담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왔다.

국력 집중하는 계기가 된 노사정 대타협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 2월 노사정은 첫 대타협 방안을 도출했다. 기업도산과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고용불안의 공포가 확산되기 시작한 초기였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동기본권 확대, 근로조건 개선,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제도개선에 합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사정 대타협을 바탕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가 처음 도입됐다. 법정 주 최대 노동시간은 주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었다. 5인 이상 사업장으로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이 밖에 고용보험 적용대상 확대, 건강보험 통폐합, 국민연금 확대적용 등 사회안전망 강화가 이뤄졌다.

2009년 2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노조와 기업은 임금안정과 고용유지를 맞교환했다. 정리해고는 자제하고, 구조조정 불가피할 경우 일방적 감원보다 희망퇴직을 실시하도록 했다.

정부는 실업자 및 취약계층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정부 지원은 특히 실업급여나 고용유지 지원금 등 공급에 집중됐다.

두 차례 모두 경제위기 극복에 국력을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일차적으로 고용위기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대폭 확대하고, 노사는 임금조정, 일자리 나누기 등 고용유지를 위해 고통을 분담함으로써 고용위기의 공포 확산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1년 만에 다시 등장…민주노총 빠져 '반쪽' 평가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달 28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을 의결했다. 본위원회는 경사노위 최고 의결기구다.

협약 의결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제외한 노사정 5개 주체가 참여했다. 본위원인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을 비롯해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협약식에 참석해 노사의 상생 협력 의지를 격려하고,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사정은 앞으로 경사노위 산하에 특별위원회를 두고 향후 6개월 동안 협약 내용을 이행해나가기로 했다.

협약 내용은 지난달 1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포함한 노사정 대표자들이 서명하려던 합의안 내용과 같다. 경영계는 고용유지, 노동계는 임금안정, 정부는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노력해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의 약속은 이미 이행되고 있다.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로 최대 90%로 정부 지원 비율을 높인 고용유지지원금의 지원 기간이 석달 늘어났고, 특수고용직 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법안 개정안도 입법예고된 상태다.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상병수당 및 유급병가휴가 도입키로 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온라인으로 진행된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합의안이 부결된 지난달 23일 밤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퇴근하고 있다. 그는 노사정 합의안이 부결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위원장 직에서 사퇴했다. [연합]

이번 협약은 노사정 대화를 제안했던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아 '반쪽' 합의에 그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민주노총은 지난 23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합의문에 대한 내부 동의를 구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으나 대의원 약 62%의 반대로 합의에 최종 불참을 결정했다.

조합원 수만 100만명에 이르는 제1 노총이 빠진 '반쪽짜리' 비판을 피할 순 없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사상 초유의 경제 위기를 타개하려면 반드시 협약 형태의 노사정 합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민주노총이 빠지면서 의미가 많이 퇴색된 건 사실"이라며 "정부 입장에선 '꿩 대신 닭'으로 강행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도 "하반기 여러 경제적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한국노총 위주의 반쪽 대화라도 가져가는 게 타당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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