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부총리 “성추행 외교관, 떳떳하면 와서 조사받으라”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현지에서 외교관으로 재직하며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 외교관 A 씨에 대해 뉴질랜드 정부가 TV를 통해 다시 한국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한국 정부가 외교관 면책 특권을 이용해 성추행 범죄자를 비호하고 있다며 비판한 뉴질랜드 부총리는 “떳떳하면 당사자가 뉴질랜드에서 조사를 받으면 될 일”이라며 최고위급 차원에서 송환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방송에 출연해 “정말 결백하다면 이곳으로 돌아와 사법 절차에 따르면 될 일”이라며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A 씨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우리는 양국 외교부 최고위급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 왔다”고 밝힌 피터스 부총리는 “문제가 된 범죄가 한국이 아닌 뉴질랜드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A 씨는) 뉴질랜드에 들어와 경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피터스 부총리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사실상 외교장관급 차원에서 송환 요구가 거절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외교부 최고위급’을 직접 언급하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해당 문제를 여러 차례 논의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외교관 면책 특권은 이런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A 씨가 옳은 결정을 하기를 기대한다”며 “이미 문재인 대통령도 알고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뉴질랜드는 앞서 외교부 대변인 성명에 이어 저신다 아던 총리가 직접 문 대통령과의 정상통화에서 해당 문제를 언급하며 수사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다만, 우리 외교부는 현재 다른 국가에서 외교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A 씨가 자발적으로 뉴질랜드 경찰의 조사에 응하지 않는 한 강제로 조사에 응하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뉴질랜드 경찰이 요구하고 있는 사건 당시 대사관 내 CCTV 영상과 대사관 동료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사실상 거부했다.

A 씨는 지난 2017년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뉴질랜드 국적의 남성 직원의 민감한 신체 부위를 손으로 움켜쥐는 등의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뉴질랜드 측은 해당 범죄가 최대 징역 7년에 해당하는 범죄라며 지난해 9월 송환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A 씨는 외교부 자체 감사에서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은 뒤 다른 국가에서 총영사직을 수행 중이다.

뉴질랜드 정부가 재차 송환 요구에 나서며 외교관 성추행 논란은 외교 마찰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정상통화에서 관련 요청을 받고 “관계부처에서 사실관계 파악 후 처리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냈지만, 현실적으로 A 씨의 수사를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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