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약국’을 ‘1조 제약사’로 키워낸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별세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한국형 연구개발(R&D) 전략으로 한국의 제약산업 발전을 이끈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별세했다. 한미약품은 임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연구개발 전문 제약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한미약품은 2일 새벽 임성기 회장이 향년 80세의 나이로 타계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임 회장은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 창업자로서 한국 제약사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1940년 경기도 김포에서 출생한 임 회장은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서울 종로에 ‘임성기 약국’을 열었다. 약국에서 모은 자금으로 1973년 ‘임성기 제약’을 설립한 뒤 그 해에 상호를 ‘한미약품’으로 바꿨다.

초기 한미약품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제네릭)을 만들어 팔았다. 임 회장은 이렇게 모은 수익을 과감하게 신약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임 회장은 당시 글로벌 제약사와 같은 최초의 신약 개발은 어렵다고 판단, 한국형 연구개발(R&D) 전략을 세웠다. 기존 신약에 다른 성분을 혼합해 기능을 업그레이드 시킨 개량신약과 복합신약 개발을 시도한 것이다. 이에 지난 2003년에는 국내 최초 개량신약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을, 2009년에는 국내 최초의 복합신약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을 각각 출시했다.

이후 한미약품은 꾸준히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지속해 왔다. 지난 2010년 창립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한 해에도 R&D 비용은 줄이지 않았다. 이렇게 지속적인 투자의 결실은 2015년에 빛을 발하게 된다. 당시 한미가 개발 중인 폐암 치료제, 비만·당뇨병 치료제 등이 글로벌 제약기업과 잇따라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했는데 총 7건의 계약이 8조원 규모로 체결됐다.

임 회장은 신약 개발의 성과를 임직원들과 나눠 업계의 귀감이 됐다. 2016년 한미약품은 임직원 2800여명에게 1100억원 규모의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지주사)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했다.

이후 폐암 신약, 당뇨 신약 등의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되는 아픔도 있었지만, 한미약품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제약사로 자리메김 했다. 임 회장은 평소에도 “신약 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고 강조하며,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나타낸 인물이었다. 지난 2019년 한미의 매출액 1조1136억원 중 R&D 투자액은 2098억원으로, 매출 대비 18.8%에 해당한다.

향후 한미약품 그룹은 임 회장의 장남인 종윤(한미사이언스 대표), 장녀 주현(한미약품 부사장), 차남 종훈(한미헬스케어 대표)씨 등이 경영을 이어갈 예정이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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