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마케팅 ‘괴짜 CEO’ 전동근 더쎄를라잇브루잉 대표] “우주산업 꿈…난 맥주로 이룬다”

맥주 공장 문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전동근 더쎄를라잇브루잉 대표.

“제가 만든 맥주를 우주로 보내 우주에 대한 사람들의 꿈을 일깨워주고 싶습니다.”

설명을 듣던 내내 시큰둥했던 조 쇼트 대표의 얼굴이 한순간 변했다. 그는 벌떡 일어나 사무실 한켠 냉장고에서 ‘스페이스락’이라는 캔맥주를 꺼내 “이것도 우주로 보내자”고 건넸다. 2017년 5월, 한국에서 온 24세 청년이 미국 미시간주에서 3번째로 큰 수제맥주 양조장 대표를 파트너이자 멘토로 얻은 순간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붐이 일고 있는 수제맥주 시장에서 ‘우주 마케팅’으로 눈길을 끄는 이가 있다. 서울 가산동에서 맥주를 빚는 더쎄를라잇브루잉의 전동근(27) 대표다.

전 대표는 미국 미시간주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다 졸업을 앞두고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에 주목했다. 고교 시절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통해 기업가정신을 되새기는 비영리 단체, 세이지코리아의 대표를 맡을 정도로 창업에 대한 꿈이 컸던 터. 그는 바로 미시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양조장 세 곳에 사업을 도와달라는 e-메일을 보냈다.

2017년 4월 우여곡절 끝에 만난 쇼트브루잉의 조 쇼트 대표는 ‘우주’라는 말에 움직였다. “맥주로 우주를 개척하겠다는 네 꿈을 이루려면 내가 무엇부터 도와줘야 하느냐”고 물을 정도. 전 대표는 “일단 맥주에 대해서 배워야하니 여기에서 무급으로 일하게 해달라”고 청했다.

근면성실한 전 대표의 모습에 쇼트 브루잉 사람들은 이내 그의 팬이 됐다. 2017년 5월 쇼트 대표와 양조 기술자들이 한국으로 와 레시피 개발을 함께했고,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한 2018년에도 기술자들이 2~3주씩 4번을 방문하며 맥주 양조 과정을 지켜보고 조언을 했다.

쇼트 브루잉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더쎄를라잇브루잉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39종) 수제맥주 레시피를 보유하게 됐다. 끊임없는 레시피 개발로 4종을 더 추가할 예정.

더쎄를라잇은 해외 유명 기업(홉스테이너, 브리즈)으로부터 맥주의 필수 재료인 홉과 맥아의 국내 독점 유통권도 획득했다. 국내 120개 수제맥주 양조장 중 100곳이 더쎄를라잇의 B2B 고객이다.

맥주 사업이 구색을 갖춰가는 마당에 왜 굳이 맥주로 우주를 개척하겠다는 목표에 매달릴까. 그는 “인류 모두에게 우주라는 건 신비가 있지 않느냐”며 멋쩍게 웃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전부터 미래에 뭐가 있을지 항상 궁금했어요. 저는 미래 산업의 최고점이 우주산업이라고 봅니다. 항상 우주산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원래 꿈도 엘론 머스크(테슬라 창업자) 같은 연쇄창업자입니다.”

더쎄를라잇브루잉은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와 손잡고 지난 5월 수제맥주 ‘우주IPA’를 헬륨풍선을 활용해 성층권인 43.5km까지 올려보냈다. 이번에는 알루미늄 수제맥주 캔으로 사운딩 로켓을 만들어 수제맥주인 ‘로켓필스’와 함께 우주로 쏘아올릴 계획을 하고 있다. 이후에도 사람이 제트기처럼 날아다니는 비행 시스템을 이용해 맥주를 날게 한다거나, 발사체에 맥주를 싣고 지구 밖으로 보내는 것까지 고려중이다.

맥주캔 로켓을 쏘는 프로젝트는 오는 9월께 호주에서 시도할 예정이다. “수제맥주 만드는 사람들이 흔히 ‘시어머니가 둘(국세청, 식약처)’이라 할 정도로 규제를 많이 겪는데 우주 분야도 못지 않더라고요. 공역만 해도 공군이 관리하는 곳, 항공우주연구원이 관리하는 곳 등 다 달라서, 로켓 발사 허가를 받기가 까다롭습니다.”

더쎄를라잇브루잉 맥주 공장 문에는 ‘여기에 우주가 있다’는 문구가 있었다. 공장에서 나온 맥주들은 풍선, 로켓 등 ‘탈 것’만 다를 뿐, 모두 ‘우주행 티켓’을 붙이고 나온 셈이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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