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예선의 현장에서] 반도체 지각변동과 삼성 흔들기

“현재 삼성의 프로세스 기술을 경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금력, 의사결정의 신속함 등 무서운 반도체업체가 돼 버렸다.”

‘일본 전자·반도체 대붕괴의 교훈’ 저자이자 아사히신문 ‘웹론자(Web Ronza·論座)’ 칼럼니스트 유노가미 다카시가 한 말이다. 유노가미는 일본 유일 D램 제조사 ‘엘피다’가 망한 이유를 설명하며 삼성전자의 저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20%를 지탱하는 삼성전자는 1980년대 세계 반도체산업을 호령했던 일본을 눌렀다. 2017~2018년(매출액 기준)엔 ‘전통적 제왕’ 인텔까지 25년 왕좌에서 끌어내렸다.

그러나 2년여 만에 상황은 뒤집혔다. 지난주 발표된 올 상반기 성적표에서 삼성전자는 3위로 추락했다. 인텔에 1위를 내줬고,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절대강자인 대만의 TSMC에 2위를 뺏겼다. 설계부터 생산까지 영위하는 ‘종합반도체기업’보다 생산만 특화한 ‘파운드리기업’이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여기에 시스템반도체업계도 요동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 업체 미국 엔비디아가 팹리스(반도체 생산라인이 없는 설계전문회사) 1위인 영국 ARM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삼성은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가 목표다.

반도체산업의 판이 바뀌는 이 같은 절체절명의 시기에 총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30조~40조원에 달하는 반도체공장 투자는 전문경영인이 할 수 없는 총수의 과감한 결단이 필수다.

삼성 특유의 ‘스피드경영’은 경쟁사들이 긴장하는 대목이다. TSMC의 창업주 모리스 창은 “삼성과의 경쟁은 전쟁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TSMC는 향후 1~2년간 최소 30조원 이상을 투입해 미국과 대만에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

촌각을 다투는 글로벌 경쟁이지만 삼성은 수년째 사법 리스크에 갇혀 있다. 검찰은 지난 1년8개월 수사기간 50여차례 압수수색, 임직원 110여명에 대한 430여차례 소환조사를 벌였다. 국정농단까지 합하면 삼성은 4년 넘게 수사와 재판의 연속이다. 검찰은 지난 6월 말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 결정도 한 달 넘게 침묵하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삼성 내부에선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리스크는 코로나19로 해외출장길까지 막힌 상황에서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총수의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붕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엘피다는 2012년 결국 파산했다. 이듬해엔 메모리반도체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에 인수됐다. 1999년 일본 반도체산업을 살려보겠다고 NEC와 히타치를 통합해 만든 첫 합작회사였다. 일본 정부의 공적자금 300억엔(약 3380억원) 투입에도 소용없었다.

글로벌 산업전쟁에서 한 번 흔들리면 회복하지 못한다. 검찰은 시간을 끌면서 위험천만한 ‘삼성 흔들기’를 하고 있다는 재계의 우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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