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도 안도는 돈…생산적 투자처 유도하며 유동성 회수 나서야”

재정확대와 기준금리 인하로 총통화(M2)가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이를 생산적 투자로 돌리지 못할 경우 심한 후유증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유동자금을 벤처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허용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본지가 3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현재 유동성 과잉은 정부의 완화적 통화정책, 확장적 재정정책에서 야기된 결과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저성장까지 겹치면서 자금은 부동산, 금, 예금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몰려든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게 근본 해결책이다. 당장은 어렵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투자,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성장을 방어하기 위해 돈을 지속적으로 풀어왔다”며 “그러나 지금 금리를 다시 올리자니 성장률이 너무 낮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실물 경기가 받쳐주지 못하면 버블이 터질 수 있다”며 “일본도 1985~1990년 사이 버블이 형성됐고, 1990년대 들어 금리를 올리면서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불어난 자금은 불안한 경기 탓에 안전한 투자처로 쏠릴 수 밖에 없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물 경기가 좋지 않으니 기업이 투자, 가계가 소비를 하지 않고 있다”며 “돈이 돌고 있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시급한 때”라고 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미래 실직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을 때 소비를 안하고 저축을 하는 성향이 강해진다”며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 저축률이 높아지는 경험을 했고, 현재도 그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돈이 기업과 가계를 왔다갔다하면서 일자리, 부가가치 창출을 해야 일본식 불황에 빠지지 않는다”며 “아울러 정부는 단기적인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금리 인화, 재정확장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생산적인 투자처로 자금을 유도하고, 장기적으로는 유동성 회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봉 교수는 “가격 상승시가 5년째 이르는 2022년께 버블이 터질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금리 인상이 근본 해법인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부동산 아닌 기업, 해외 아닌 국내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회복세가 보이면 시중 여윳돈을 걷어내려고 했지만 성장률 저하로 못하고 있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향후 금리를 올리거나 국채를 팔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정부의 국민참여형 뉴딜 펀드와 같은 방식에 대해선 단기적으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자금을 다른 투자처로 흘려보내고 싶어도 부동산만큼 수익성, 안전성이 높은 게 없다”며 “뉴딜 펀드가 투자 유도를 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다만 향후 경기가 좋아지면 자금이 흘러갈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될 수 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가피하게 재정 확대를 유지하더라도 건전성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금리가 낮아져도 투자,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본의 유동성 함정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며 “돈을 쓰는 사람이 없으니 정부 재정 확대로 버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 지출은 승수효과가 낮기 때문에 민간투자를 유도하면서도 재정적자 규모 관리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문숙·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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